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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함 다른 표현은 소중함, 사소함 가치 알 때 행복 나눌 수 있어”

‘사소함을 보다’ 연재 회향 대담

동은 스님과 진광 스님, 허재경 작가는 12월18일 조계사 담소에서 ‘사소함을 보다’ 회향 대담을 가졌다. 사진은 시계방향 순으로 진광 스님, 허재경 작가, 동은 스님.
동은 스님과 진광 스님, 허재경 작가는 12월18일 조계사 담소에서 ‘사소함을 보다’ 회향 대담을 가졌다. 사진은 시계방향 순으로 진광 스님, 허재경 작가, 동은 스님.

‘법보신문’은 2019년 한해 동안 삼척 천은사 주지 동은 스님과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 스님을 필자로 ‘사소함을 보다’ 연재를 진행했다. 동은·진광 스님과 허재경 삽화 작가를 초청해 12월18일 조계사 ‘담소’에서 회향 대담을 가졌다. 사회는 법보신문 출판자회사인 모과나무 출판사 남배현 대표가 맡았다. 편집자

 

사소함 바라봄으로써 이 시대 모두의 
아픔과 걱정과 외로움 경청하고 공감
진광 스님

 

작고 사소한 인연의 씨앗을 잘가꾸고 
꽃피우기 위해 힘쓰는게 불교 지향점
동은 스님

스님들의 참신한 글에서 내면에 켜켜이 
쌓여있는 치유의 힘 느끼고 공감하게 돼
허재경 작가

 

 

사회자 : ‘사소함을 보다’ 연재는 우리가 절에 가거나 수행 및 신행, 일상생활을 하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제들을 동은 스님과 진광 스님의 혜안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깃든 가르침을 길어 올리는 연재였습니다. 이 연재의 의미와 함께 현대사회에서 ‘사소함’이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진광 스님 : 사실 ‘사소함을 보다’라는 제목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같은 생각과 다른 꿈이라는 동상이몽(同想異夢)이나 같은 꿈과 다른 생각이란 의미의 동몽이상(同夢異想)이란 제목을 생각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일주문을 비롯한 숲이나 암자 혹은 찻잔 등 평소 아주 작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주제들에 관한 연재가 일년내내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주문은 매일 수많은 불자들과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드는 문입니다. 나만의 관점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이면서 깊이 있는 관점으로 일주문을 들여다보면 그 문은 그냥 문이 아닙니다. 그곳에 그냥 서 있는 ‘사소한 존재’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이것이 이번 연재의 의미라고 봅니다.  

동은 스님 : ‘사소함’이란 사실 달리 표현하면 ‘소중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성게’에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란 말이 있습니다. 한 티끌 가운데에 시방세계의 진리가 포함되어 있고 모든 티끌 각각에도 시방세계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으니 ‘진리는 그 어디에나 다 있다’는 뜻입니다. 사소함이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모든 큰일은 사소함에서 시작됩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티끌 같은 사소한 일들이 모여 인생이 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곱씹어보는 이번 연재를 통해 ‘사소함’이 결국 ‘소중함’이라는 걸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소함’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사회자 : 스님들 말씀과 같이 사소한 것 일체가 사소하지 않다는데 깊이 공감합니다. 매주 삽화를 그려주신 허재경 작가는 이 연재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허재경 : 매회 글을 읽고 삽화를 그려야 했는데 잠깐 멈추어 생각하고 나 자신의 행동을 각각의 글에 비추어 보니 스님들의 지혜로운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바쁘게 오늘을 살아가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잠깐 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두 분 스님들의 연재에는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짜증내고 다툼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잠깐잠깐 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읽고 나면 아픔이 치유되는 힘이 글에서 느껴졌습니다.

사회자 : 허 작가님께서 스님들의 글이 힐링이 되고 다양한 치유의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해주었습니다. 불교계도 그렇고 우리 사회 역시 양변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갈등하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사소함을 보다’가 지금 이 시대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광 : 저는 바로 이 시대에 불교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는 일종의 ‘카운셀링’ 혹은 누군가의 아픔을 치유하는 ‘서비스업’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사소함을 바라봄으로써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걱정과 외로움에 대해 한발 더 다가가 경청(敬聽)하고 공감(共感)과 공명(共鳴)해 줄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은 스님의 글은 매우 신선했고 읽음으로써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번 연재가 전하는 메시지이자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은 : 진광 스님의 견해에 깊이 공감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떠한 문제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로지 내 생각과 방법만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는 것이지요. 어떤 일이든지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알고 보면 그 원인 대부분이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일이 확대돼 해결 자체가 어려워지기 전에 평소 사소한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잘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길렀으면 합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경청하고 들어주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불교적인 관점으로 보면 사소함은 결코 사소함이 아닙니다. 작은 인연의 씨앗을 잘 가꾸고 꽃피우는 게 불교의 지향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은 사라지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자 : 스님들께서 말씀하셨듯이 사소함의 참 의미를 본다면 많은 갈등들이 해갈 될 것이라데 동의합니다. 허 작가님은 ‘사소함을 보다’를 가장 먼저 읽는 첫번째 독자였는데 삽화작가로서 연재를 마친 소감은?

: 부끄럽지만 저는 초파일 불자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경전과 같이 어렵게 쓰셨다면 꼼꼼히 읽지 못했을 텐데 두 스님의 글은 바로바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스님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지혜로써 쉽게 써 주셨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삽화도 마음으로 이해해 그릴 수 있었습니다. 불자가 아닐지라도 스님들의 연재 글은 마음에 감동을 주고 가슴에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자 : 동은 스님과 진광 스님은 서로의 글을 보고 글을 쓰셨습니다. 스님들께서는 서로의 어떤 글을 보고 “이 글은 정말 잘 썼구나”하면서 감동하셨는지요?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동은 : 조계종 교육부장 소임은 참으로 어려운 자리입니다. 정말 오랫동안 잘 하셔서 10년 가까이 부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중요한 소임을 맡고 있는 가운데 저와 한 지면에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연재해주셨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진광 스님의 글 중 ‘내 곁의 도반과 선지식’이란 글을 읽고 깊은 울림이 남아 있습니다. 저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일전에 스님과 말씀을 나눌 때 “전 좌구보리(左求菩提) 우화중생(右化衆生)하면서 살랍니다”라고 하니 스님께서는 “전 동구보리(同求菩提) 행화중생(行化衆生)할랍니다”하며 맞장구를 치셨습니다. 참으로 이 시대 필요한 가르침으로 공감이 되었습니다. 도반이 선지식으로 다가온 것이지요. 어쩌면 이번 연재를 같이 하게 된 ‘끌림’이 이때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진광 : 그 동안 동은 스님의 글을 많이 봐 왔는데 글에 공감이 가고 깊이 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동은 스님과 번갈아 가면서 같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해서 흔쾌히 동의하고 설득했습니다. 동은 스님과는 사소함을 보는 관점과 글쓰기가 달라서 더욱 좋았습니다. 사실 스님의 글을 보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연재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먼저 쓸 때는 좀 괜찮았는데 뒤에 쓸 때는 스님의 글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점점 부담이 커지더군요. 스님의 글은 매 회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이 쓰는지라 가슴에 와 닿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스님의 글 중 매우 좋았던 내용은 어린왕자가 갑자기 오대산의 냇가 섶 다리에서 선재동자와 만나는 장면이었습니다.

: 초반에 쓰신 글들이 특히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동은 스님이 깨진 찻잔에 대해 묘사한 글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도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끌어내는 힘이 글 속에 담겨 있었죠. 진광 스님의 글 중에는 무봉탑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무봉탑에 관한 이야기와 은사이신 법장 스님의 삶이 버무려지면서 은사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지더군요. 

사회자 : 삽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이 많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삽화가 있으시다면? 

진광 : 동은 스님의 글을 보면 그림 그리듯이 글이 잘 읽힙니다. 삽화를 그릴 때 훨씬 편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제 글은 작가님이 삽화를 그리면서 고생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 등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연구하셨을 텐데 매회 삽화를 볼 때마다 글과 삽화의 조화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제 뒷모습을 그린 삽화를 보면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 눈에 저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글의 일주문도 기억에 깊이 박혀 있고 은하철도999 삽화도 매우 좋았습니다.

동은 : 아마도 ‘사소함을 보다’ 연재에서 삽화가 없었다면 ‘팥소 없는 찐빵’이  됐을 겁니다. 매우 건조했을 글이 삽화와 함께 편집되니 마치 한 편의 맑은 수채화 같았습니다. 지리산 찻잔이나 오대산에 함께 있는 선재동자와 어린왕자, 이런 장면들은 마음에 깊이 박혀 있는 명장면입니다. 특히 선재동자와 어린왕자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데 작가님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오대산에서 함께 친구처럼 만나게 되었습니다. ‘풍경이 있는 여행’ 편에 그린 안나푸르나는 여전히 마음에 생생합니다. 설산에서 살다가 죽고 싶을 정도로 안나푸르나에 가고 싶었는데 그곳을 순례하는 장면을 정말 생생하게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사회자 : 허재경 작가님은 삽화 작가로서 매 회 글을 읽고 작품을 구상한 뒤 그림을 그리셨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 매회 힘들었습니다. 원고를 한 번 읽어보고 이미지가 딱 떨어질 때도 있었고, 읽으면서 그때그때 장면을 기록하면서 그린 적도 있었습니다. 글이 참 좋은데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삽화를 그리는 데 무척 오래 걸렸습니다. 전체 글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장면을 하나의 컷으로 보여줬으면 하는데 그게 떠오르지 않으면 많은 장면들이 우왕좌왕 겹쳐서 복잡해지더군요. 은하철도999의 메텔과 철이의 실루엣에는 관세음보살님과 어린왕자와 같은 느낌의 실루엣을 입혀 보기도 했습니다.  

사회자 : ‘사소함을 보다’에 관한 총평으로 대담을 마치겠습니다.

동은 : 참신했습니다. 학술토론이나 경전에 대한 논박은 있었어도 사소함을 주제로, 이렇게 같은 주제에 대해 두 명이 달리 해석하고 바라보는 연재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다른 주제를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안목으로 보는 이런 식의 시도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경전이나 학술 주제에 관한 것은 많은데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불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연재들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진광 : 연재하면서 때로는 마감에 쫓기고 힘겨울 때도 있었는데 순간순간이 복덕이고 좋은 것처럼 순간의 꽃들이 모여 지금 이렇게 회향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동은 스님의 말씀처럼 ‘사소함을 보다’를 처음 시작할 때는 불교적인 것 말고 스님들의 비밀스런 일이나 혹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스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주제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불교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와 같은 시도가 많았으면 합니다. 

: 삽화를 그리기 위해 매회 스님들의 글을 훨씬 더 많이 읽었는데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 글을 다시 읽곤 했습니다. 더 읽고 싶어 그렇게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의 이와 같은 글이 많으면 스님들의 생각과 견해, 일상에 녹아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스님들의 일상 역시 무겁지 않고 가벼운 것들이 많아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리=모과나무 출판사 남배현 대표 nba7108@beopbo.com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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