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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전도몽상에서 벗어나려면(끝)

기자명 이제열

“연기·무아 떠나면 불교 아니다”

삿된 견해 깨뜨리는 게 정법
불법 안팎으로 외도들 판쳐
불교의 핵심이 곧 연기·무아
참생명 등 설정 자체가 오류

전도몽상은 꿈처럼 뒤바뀐 헛된 생각이라는 의미이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갖가지 가르침을 베푸신 것은 모두 중생들의 전도몽상의 어리석음을 깨뜨리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많은 불자들이 전도몽상을 깨뜨리기 위한 방향으로 가기는커녕 불법 안에서 전도몽상을 일으켜 더욱 헤매고 있다. 실상 ‘불법 내 외도’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재세 시에 불교 밖의 외도들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셨는가 하면 안으로도 제자들을 향한 비판을 서슴지 않으셨다. 비판이 없이는 정법을 세울 수 없고 비판 자체로써 정법을 삼는 것이 불교인 것이다. 용수보살은 ‘부처님이 법을 설하신 것은 부처님이 주장할만한 법이 있어 법을 설한 것이 아니라 다만 중생들이 미혹과 사견에 빠져있으므로 이를 깨뜨리기 위해 법을 설하신 것’이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정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간과 중생의 사견을 깨뜨리는 것이 곧 정법이다. 내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부처님 말씀을 전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사안은 일반 불자들의 신행에 관한 부분보다는 한국불교 안에 만연된 법성의 훼손이다. 부처님의 고구정녕한 가르침을 외도들의 견해로 받아들여 해석하는가하면, 사법을 정법으로 치장해 정당화시키는데 앞장서기도 한다.

그중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은 불교가 이제 연기론과 무아론의 종교가 아니라 본유론(本有論)과 진아론(眞我論)의 종교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가 생기기 이전부터 절대적 생명 원리는 존재했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절대적 생명 원리를 참나, 참생명, 근본, 본래면목, 우주의식 등으로 부르면서 이들을 찾고 깨닫는 것이 불교라고 주장한다. 

본유와 진아에 집착한 사람들은 무아를 알면 참나가 나타난다고 말하거나 연기는 현상계가 연기된 것이지 본체인 참나, 참생명, 근본, 본래면목, 우주의식 등은 연기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더 심각한 일은 대승경전의 불성과 여래장사상을 본유론적이고 진아론적 시각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체법의 연기성과 공성을 불성으로 삼고, 중생의 마음이 공함을 여래장으로 삼는 부처님의 교설과는 상관없이 그들은 불성과 여래장을 본래부터 있어온 실체적 존재로 여긴다. 번뇌와 망상이 없이는 불성도 여래장도 성립할 수 없는 법인데 그들은 번뇌와 망상 이전부터 불성과 여래장이 존재했었다고 믿는다. 세상에 본래부터 있어온 놈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연기론이며 무아론이다. 마음이건 물질이건 신이건 영혼이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생긴 것이다. 시공간이 벌어지기 전부터 참생명 따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독한 전도몽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전도몽상은 신앙적 차원이 낮은 불자들에게서 나타나기보다는 지적인 불자들 사이에서 나타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신앙적 차원이 낮은 불자들의 잘못된 견해는 주로 방편적인 문제들에 걸려있는 반면 지적인 불자들(스님들도 포함)의 잘못된 견해는 법성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법성은 부처님이 깨달으신 진리이다. 그 진리는 연기와 무아이고, 그것이 불교의 토대이며 핵심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불교는 껍데기만 남는다. 전도몽상은 왜 일어나는가? 연기와 무아를 망각할 때에 전도몽상이 일어난다. 기도, 참선, 간경, 염불 등 온갖 신행과 수행에서 나타나는 경계들도 연기와 무아에 의해 비춰보아야 하고, 자아와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있어서도 연기와 무아에 입각하여 사유해봐야 한다. 정법과 사법, 정견과 사견, 반야지혜와 전도몽상의 기준도 역시 연기론과 무아론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을 떠나는 순간 더 이상 불교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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