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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문명 속의 효순

기자명 법장 스님

내 편리만 좇으면 사회서 고립된 이기주의자 전락

불교에서 바라보는 효행이란 
일체중생 모두가 부모이기에
배려하면서 존중해야할 존재
‘순’은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

현대사회가 되며 우리는 많은 문명적 풍요로움 속에 살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식사 등도 귀찮은 준비가 없이 간단한 주문으로 모든 음식을 방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편리함이 충만해진 반면 우리는 대화와 배려라는 것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위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자신과 맞지 않거나 어울리고 싶지 않으면 간단하게 사람을 멀리하거나 잘라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소통의 단절은 사회적인 것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마찬가지이다. 가족들이 언제부터인가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의 생활에만 집중하다 보니 가족이기는 하지만 서로를 점차 모르고 어색해지고 있다. 부모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자식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점차 남의 일을 생각하듯이 바라보고 그러한 일들조차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빈번하다.

불교는 공동체의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다. 승가라는 수행공동체에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지향했고 그것도 수행의 하나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도 총림과 같은 큰 사찰에서 대중들과 어울려 사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어울려 산다는 것은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해주고 함께 공유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불교인이 반드시 지키고 지녀야 하는 계율 중에 ‘범망경’이라는 경전이 있다. ‘범망경’에서는 계를 효(孝)와 순(順)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효’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부모를 잘 공경하고 모시는 것과 같은 효도이지만 불교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넓어진다. 불교에서의 효는 모든 윤회하는 중생들이 과거, 현재, 미래에 모두 나의 부모이고 자식이기에 나와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이 지구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나’라는 존재도 다른 누군가의 배려에 의해 생활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나만을 위해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배려와 노력이 있어야만 그것이 나에게 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만 괜찮다고 하는 것은 결국 나는 이 사회와 동떨어지고 싶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불교에서 말하는 효란 단순히 부모를 공경하는 것만이 아닌 우리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나 자신과 같이 생각해주고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순’이란 윗사람의 말을 아랫사람이 단순히 따르는 것이 아닌 진정한 배려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이들로부터 여러 지식과 지혜를 배운다. 그들 모두는 우리의 스승이며 소중한 인연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사회적으로 어울려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의 지식과 지혜는 다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앞으로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를 스승과 같이 따르고 배려하며 나 역시도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는 생각으로 다른 이들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나만의 편리함을 찾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사회와 고립된 이기주의자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현재의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른다. 이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즉 문명사회와 도시문명을 만들어 자연과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한 사람의 생각과 힘은 굉장히 작기에 큰 힘을 낼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힘이 모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큰 힘을 발산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는 그 안에서 함께 공존하는 존재 중 하나이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귀찮아 홀로 방 안에 앉아 핸드폰과 인터넷으로 주문해 혼자 즐기는 것보다 그 ‘귀찮음’이라는 것을 통해 외부에 자신이 원하고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알려주고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가족이나 동료들이 ‘나’를 알게 되고 나는 ‘우리’와 함께 생각하고 공존하게 된다. 

마음의 문을 보다 활짝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려주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때 보다 행복하고 아름답고 소통하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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