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수행 강정숙(60, 선혜명)-하
사경수행 강정숙(60, 선혜명)-하
  • 법보
  • 승인 2019.12.23 15:29
  • 호수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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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은 영원한 안식처·기도처
삼천배·천일기도 수없이 동참
사경은 부처님과의 대화 시간
사경집·붓펜 선물할땐 환희심
60, 선혜명

사경수행을 열심히 하면서 절을 좀 덜 찾았다. 그 전에는 절을 제집 드나들 듯 했었다. 하루에 5000배도 했었고,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도 3년씩 2번이나 했다. 1000개의 초를 켜고 혼자서 하루 꼬박 기도한 적도 있다. 지인과 둘이서 밤새 기도했던 기억도 있다. 백일기도, 천일기도, 합동기도 등 절에서 하는 기도에 동참한 것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때는 절에 가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조금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절에 가지 않아서 그런가’하는 생각부터 했었다. 

그러나 사경을 열심히 한 이후로 큰 행사 때와 특별한 날에만 절에 가도 마음이 편했다. 따로 명상을 하지 않아도 큰소리를 내어 경을 읽지 않아도 절에서 108배, 삼천배를 하지 않아도 마음은 점점 안정되었다. 사경을 하기 전에 갖는 명상 시간과 사경하는 동안 오로지 사경에만 집중하고 몰입의 경지에 들어서기 때문일까?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서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공부가 되어간 것이 이유라 생각해도 될지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은 평정의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절은 내게 있어 영원한 안식처이다. 지금도 절에 간다 생각하면 그때부터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집 마당에 들어선 것처럼 마음이 편하고 법당에서 기도할 때면  지금 이 자리가 바로 극락이요, 부처님께서 법문하시던 그곳이라는 생각이 그냥 든다. 전생부터 불법과 인연이 깊었음이 틀림없다.

금정산 범어사는 절이 좋아서, 부산 당리동 관음사는 스님과 절 식구들이 좋아 자주 가는 절이다. 범어사 대웅전 부처님은 꿈속에서 내게 무한한 미소를 보여주셨고, 산신각의 산신님은 꿈에 집에 오셔서 내게 선몽을 주신 분이라 특별한 절이다. 관음사 지현 스님의 은은한 미소와 맛있는 차, 절 식구들의 변함없는 모습은 절 걸음을 가볍게 한다. 최근 4년째 꼭 들르는 절이 생겼는데 군위 인각사와 논산 관촉사이다. 10여년 정말 열심히 다녔는데 몇 년째 가보지 못한 하동 쌍계사도 내가 좋아하는 절이다. 대한민국 안 좋은 절이 어디 있을까마는 아마도 이 세 절은 인연이 좀 더 깊은 것 같다.

2년 전부터 사경을 하면서 세운 발원이 있다. 그것은 퇴임 후 매년 10월 상달에 100명의 사람에게 음식공양을 실시하는 것이다. 얼마 전 지인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10인분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좋은 일이 좋은 일을 가져온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양의 기회가 주어지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 또한 부처님의 가피고 공덕이라 생각한다. 때때로 절에 자주 가지 못하는 지인이나 자주 갈 수 없는 지인에게 사경집을 사서 선물한다. 사경을 하면서 부처님과 만날 수도 있고 부처님과 대화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경을 하는 동안 가장 몰입할 수 있었고 그런 경험과 습관이 일상생활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경집과 붓펜을 예쁜 포장지에 싸서 선물할 때는 마치 한 분의 부처님을 새로운 법당에 모시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경을 하거나 염불을 하거나 참선을 하거나 열심히 절을 하는 모든 것이 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는 일이다. 그리고 각자 자신에게 가장 맞는 수행을 택하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불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세상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주위 모든 것들이 다 감사한 일뿐이라는 사실이다.

“쇠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지금 살아 숨 쉬고 활동할 수 있는 이 순간이 행복이요,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고 최선을 다 하라는 의미이다. 큰스님들께서 항상 하시는 “사람 몸 받고 태어나기 어렵고, 사람 몸으로 태어나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기는 더 어렵다.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라”는 말씀을 마음에 되새기며, 오늘도 다라니 사경에 정성을 쏟으려 한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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