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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좌’ 적명 스님 희양산 허공으로 돌아가다

기자명 주영미
  • 교계
  • 입력 2019.12.28 16:54
  • 수정 2019.12.28 17:38
  • 호수 1520
  • 댓글 6

12월28일, 조계종 종립특별선원 봉암사
스님 500명 등 1500명 추모대중 동참
전국선원수좌회장…희양산 연화대 다비

‘수좌’라는 소임 아래 간화선 중흥과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진력하며 ‘수행자의 본분’으로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아온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이 문경 희양산에서 세연을 훌훌 접고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

전국선원수좌회장 장의위원회(장의위원장 대원 스님)는 12월28일 경북 문경 봉암사 태고선원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조계종 종립 봉암사 태고선원 수좌 적명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을 봉행했다. 조계종 종립특별선원으로 스님들의 오롯한 수행정진을 위해 부처님오신날 외에는 일체 외부인들의 출입이 제한해 온 봉암사는 적명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을 찾은 추도 대중들을 위해 산문을 열었다.

알싸하지만 청초한 겨울 날씨 속에서 봉암사를 둘러싼 희양산은 선명한 산세를 드러내며 추모 대중과 함께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어산장 화암 스님의 집전과 해인총림 유나 원타 스님의 사회로 엄수된 법회는 명종 5타에 이어 삼귀의, 영결법요, 행장 소개, 추도 입정, 영상 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조사, 헌화, 인사말씀, 사홍서원, 법구 이운, 다비식 등의 순서로 봉행됐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 스님은 영결사에서 “일생을 청풍납자로 일념 수행정진 하셨으니 그 선지는 향수해(香水海)가 깊다 해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봉암사 종풍을 드날리시고 수행가풍을 바로 세우셨으니 그 공덕과 업적은 수미산이 높다 해도 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직 간화선이 한국과 세계화로 정착되지 못하여 더 많은 지도와 가르침이 절실한 때 본래 서원을 잊지 마시고 다시 사바로 오셔서 중생을 깨우쳐 주시기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조계종 원로회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한 영결 법어에서 “만리에 구름은 없음이나 지나감이 있고, 푸른 연못은 맑은 거울과 같음이나 달은 오지 않았다”며 “가져도 가질 수 없고 버려도 버릴 수 없으니 바위 아래 흐르는 물은 유난히도 바쁘게 흐른다”고 애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추도사에서 “오늘 우리는 한국불교의 큰 스승을 적멸의 세계로 떠나보내야 하기에 그 마음은 허허롭기만 하다”며 “봉암사 종립특별선원을 이끌면서도 끝내 조실 자리를 마다하고 수좌로 남아있겠다 하신 대종사께서는 60여 성상을 그저 수좌로 살아오셨기에 비어있는 법호 자리에 감히 수좌라는 경칭을 올려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사선팔정 중 초선에만 들어도 희열을 느낄 수 있고 그 희열이 바로 행복이라고 당부해주신 대종사의 가르침을 받들면서 다시 정진해 나갈 것이니 이 땅의 고요한 빛으로 돌아오시기 바란다”고 추도했다.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의정 스님도 조사에서 “산에 들어 산에 머무시다 산에서 오온의 때을 훌쩍 벗어버리고 봉황 타고 피안으로 날아가신 님”이라며 “한국불교는 선이라는 사자후부터 시작된 한국선 중흥의 첩경인 봉암사 문경세계명상마을 완공으로 세계일화를 꽃피울 것”이라고 발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 꼿꼿이 동안거 결제를 이어오시던 큰스님의 원적 소식에 경북도민을 대표해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일상과 수행이 다르지 않다, 수처작주하라는 생전 큰스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담아 도민 곁에 함께 하면서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앞당겨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한국불교 전통 수행법인 참선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세계명상마을 건립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재가를 대표해 조사를 전했다.

봉암사 주지 원광 스님과 적명 스님의 문도회 대표 선타 스님은 인사말씀에서 “큰스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해주신 제방 대덕 스님들과 불자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항상 정진하는 후학이 될 것”이라고 발원했다.  

영결식에 이어 적명 스님의 법구는 봉암사 경내 성적당 앞에 마련된 영단에서 대웅보전을 지나 만장 행렬과 함께 봉암사 도량에서 2km 정도 떨어진 희양산 자락 연화대로 이운됐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성이 메아리가 되어 쟁쟁하게 울리는 가운데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사부대중의 외침 속에서 적명 스님의 법구는 희양산 허공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적명 스님은 1939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제주 오현고를 졸업한 뒤 철학적 고뇌로 출가할 것을 결심, 나주 다보사에서 우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자운 율사를 계사로 1959년 사미계, 1966년 비구계를 수지한 스님은 사형 진상 스님의 권유로 관법 수행에 매진하던 중 삼라만상 극락 지옥이 눈앞에 보듯이 뚜렷한 것을 체험하고 범어사 동산, 통도사 경봉 스님을 찾아갔으나 환희심으로 인해 당시에는 법어를 새겨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26세에 토굴에서 보조지눌 스님의 ‘절요’를 읽다가 “수행을 하려면 모름지기 활구참선을 해야 한다”는 구절이 마음에 크게 받아들여 ‘무’자 화두를 들기 시작했다.1967년 해인총림 개설과 함께 성철 스님이 방장으로 추대되어 선풍이 일기 시작하던 시기, 28세의 나이로 해인사에 들어간 스님은 이때부터 가행정진을 시작해 평생 선방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 당대 선지식인 전강, 경봉, 성철, 서옹, 향곡, 구산 스님 문하에서 법을 묻고 정진했으며 '능엄경 변마장'의 내용이 낱낱이 사실임을 체험, 간화선에 더욱 매진했다.

해인총림 해인사 선원장, 영축총림 통도사 선원장, 고불총림 백양사 선원장, 수도암 선원장, 은해사 기기암 선원장 등을 역임하고,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맡은 스님은 2009년 봉암사에 주석하며 대중의 추대로 수좌 소임을 맡아 입적하는 날까지 대중과 함께 정진, 운력, 공양하는 등 후학에게 수행자의 사표가 됐다.

무엇보다 스님은 간화선풍 진작을 위해 문경시와 협의, 봉암사 아래 국제선센터 건립을 발원하고 2015년 전국선원수좌회와 공동으로 문경세계명상마을 건립을 본격화해 성사시켰다. 2018년 조계종 대종사 법계를 품수한 스님은 지난 12월24일 홀연이 세연을 접고 원적에 들었다.

이날 적명 스님의 영결·다비식에는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총무원장 원행, 원로부의장 대원, 축서사 선원장 무여, 원로의원 지하, 보선, 일면, 자광,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 전 조계종 총무부장 선용,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의정, 영진, 봉암사 산중 원로 법련, 영산, 무문, 연관, 원통, 대성,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현응,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경선, 동화사 주지 효광, 직지사 주지 법보, 봉선사 주지 초격,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등 제방 대덕 스님 500여명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윤성이 동국대 총장 등 사부대중 1500여명이 동참했다.

한편 적명 스님의 49재는 12월30일 초재를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10시30분 봉암사에서 봉행된다. 49재 막재는 2월10일이다.

문경=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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