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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대표 신년사] 매일 보살행 채우는 참 불자 삶 기원

  • 기고
  • 입력 2020.01.02 10:55
  • 호수 1519
  • 댓글 0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경자년(庚子年)입니다. 경(庚)은 금(金)과 흰색을 상징하고 자(子)는 쥐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올해를 흰쥐 해라고 말합니다. 쥐는 재물, 다산, 풍요, 지혜를 상징합니다. 그중에서는 흰쥐는 우두머리 쥐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자년은 어느 해보다 풍요롭고 지혜로운 한 해가 되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특별히 바람들이 법보신문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서 행복이라는 결실로 현실화되기를 기원합니다.

사실 불자들에게 쥐가 주는 의미는 각별합니다. 그래서 쥐라는 동물에게서 또 다른 교훈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로 ‘안수정등(岸樹井藤)’의 가르침입니다. ‘불설비유경’에 등장하는 ‘안수정등’의 설화는 우리가 처한 삶의 처절함과 비참함을 통렬히 깨우치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나그네가 넓은 들판을 지나다가 갑자기 사방에서 사나운 불길이 일어납니다. 불길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성난 코끼리가 달려옵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다가 우물을 발견하고는 우물 안으로 드리운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우물 밑으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우물바닥에는 세 마리의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 올라가려고 하니 네 마리의 독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우물 중간에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설상가상 넝쿨 윗부분을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꿀이 떨어집니다. 나무 위의 벌집에서 꿀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급박한 상황에 허기가 지고 갈증마저 있었던 나그네는 현재의 급박한 상황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달콤함에 취해 한 방울의 꿀이라도 더 받아먹으려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나그네가 처한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입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도 시원찮을 판에 몇 방울의 꿀에 취해 마냥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뻔합니다. 쥐들이 넝쿨을 다 갉고 나면 우물 바닥으로 떨어져 구렁이의 밥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처지가 이와 같다고 일깨웁니다. 불타는 들판은 욕망의 사바세계를, 코끼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그림자를, 넝쿨은 우리의 목숨을, 흰 쥐와 검은 쥐는 생명을 재촉하는 낮과 밤을, 독사는 지수화풍 사대육신을, 세 마리 구렁이는 탐진치 삼독을, 떨어지는 꿀은 오욕락(五欲樂)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법화경’은 이런 ‘안수정등’의 가르침을 삼계화택(三界火宅)의 비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쥐의 의미를 각별하게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쥐는 우리가 허망하게 흘려보내는 하루하루를 의미합니다. 매년 새해를 맞이한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난해와 올해가 별반 다르지 않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모호하다면 우리는 넝쿨을 갉아먹는 쥐를 방치한 채 꿀에 취한 나그네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탐욕과 분노를 버리고 지혜를 밝히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허망하게 세월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루하루를 허비하지 않고 바르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올해 경자년이 주는 해의 의미는 하루하루 불자로서의 충실한 삶을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세상을 휩쓸려 살다보면 우리의 하루하루를 갉아먹고 있는 쥐의 존재를 까맣게 잊기 쉽습니다. 우물 안 나그네처럼 말입니다.

다행히 우리가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경전을 읽거나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남을 돕고, 좋은 말과 희망을 주는 행동으로 주변을 밝히는 보살행을 해 나간다면 불타는 들판과 같은 우리의 삶에 한줄기 소나기가 내리게 될 것입니다.
 

김형규 대표

그래서 법보신문은 올해에도 다짐을 해 봅니다. 신문과 출판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세상에 두루 전하는 일에 더욱 열심히 매진하고, 공익재단을 통한 나눔 활동도 더욱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늘진 구석구석 법보신문을 전하는 법보시운동 또한 더욱 힘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정토세상이 열리는 그 날을 기약하며, 독자 여러분과 함께 불교언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kimh@beopbo.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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