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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 위기 내몰리는 사찰들

기자명 효탄 스님

세신(歲新)을 코앞에 둔 추운 세모(歲暮)다. 그만큼 만 가지 마음이 교차되는 시기이다. 여기에 그 겨울의 추위보다 더 아픈 사찰들이 있다. 우리들은 즐겁고 행복한 것만 보고 듣고자한다. 고통의 일들은 억지라도 회피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바세계에 어찌 즐거운 일들만 있으랴. 요즘은 의식주 가운데 그 어느 것보다 ‘주(住, 주거)’의 문제가 심각하다. 사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사찰은 단순히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전법의 도량이요, 부처님을 모시는 우주의 전체이다. 몇 년 새 나라 전체가 재개발로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건설 장비의 굉음이 요란하다. 수도권 및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집단 주거형태 건설이 고공행진이다.

일직이 포교의 중요성을 느끼고 인구 밀집적인 도시로 사찰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얘기이다. 아니 오히려 기존에 사찰이 있는 곳으로까지 일반 주택들이 치고 올라온 경우도 많다. 이러한 집단 주거형태와 도시선호의 밀집화 현상이 극심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교의 거점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도심사찰들이 공익을 앞세운 자본주의 계산속에서 송두리째 들려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도심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로 건설 등을 명목으로 인해 지방 심산계곡 사찰들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행정적 요건만 갖추면 사찰의 종교·문화·사회적 기여도와 무관하게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이 작동하고 있다. 이 법은 사찰이 강제 수용될 시 사찰의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사찰의 기능이 송두리째 중단되고 수행환경 침해는 물론 폐사 위기에까지 몰리게 되는 악법이다.

또한 최근에는 ‘도시공원일몰제’에 적용된 사찰들도 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 사찰들은 전통사찰로서 그 나망을 빠져나갔지만 그렇지 못한 그야말로 군소사찰들은 진퇴양난이다.

개발논리에 밀려 내쳐지는 상황은 불교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이웃 종교들도 역시, 아니 오히려 숫자적으로 보면 더 많다. 그러나 저들은 조직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심지어는 얼마 전 사찰문제에 기독교 전도사가 명함을 건네며 도와주겠다고 해서 놀란 적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앞에서 종단도 속수무책이다. 종단에서 현장에 나와서 당해 사찰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나 실질적으로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더구나 미등록사찰일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그나마 3년 전에 어려움에 처한 경험이 있는 스님들이 한국불교보전연합회(전국불교수호연합회 후신)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악법을 개정하고자 여의도 정책위원실을 두드렸으며, 범종단적 대책을 강구하고자 종단협의회에 산하단체로 올려 NGO활동을 하고 있다. 따뜻한 곳은 추운 곳의 사정을 모른 채한다. 배고픈 국민을 나라가 구제하고 있는데 종단은 이러한 사찰의 어려움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무상이라고 설파하셨다. 작금의 시대는 ‘탈종교화’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도심 속에서 사찰들이 송두리 채 들려나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고 힘없는 사찰이지만 이들이 하고 있는 종교적 기능을 간과하지 말고 좀 더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돌아볼 일이다. 당해 사찰에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어려움을 풀어가는 것은 용기를 주는 동사섭(同事攝)의 실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효탄 스님 조계종 성보문화재위원 hyotan55@hanmail.net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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