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은 어둠에서 태동 된다
밝은 빛은 어둠에서 태동 된다
  • 성태용 교수
  • 승인 2020.01.02 12:42
  • 호수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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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우리 민족은 어떤 민족일까? 뜬금없이 이런 물음을 던져보는 까닭이 있다. 우리가 우리를 보는 시각, 그것이 참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자칫하면 과대한, ‘국뽕’이라는 것에 취하여 우리 스스로를 높이고 나쁜 점을 가리려 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 하는 짓이 늘 그렇지!’하는 자기 비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근본적으로 잘못된 편향성을 벗어나지 않으면 건전한 비판을 통해 우리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일어날 수 없다.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면 좀 자화자찬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참으로 괜찮은 나라이고 우리 민족은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다. 우리처럼 가진 것 없는 나라가 민족분단이라는 참혹한 역사를 겪으면서도 이렇게 단기간에 세계에서 상위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경제적 성취를 이루었다. 정말 세계사에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좁은 나라에서 이른바 ‘한류’라는 것을 일구어내면서 세계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요, 우리민족인 것이다. 이 점에 대하여 스스로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어깨를 펴도 좋으리라. 이것이 단순히 우연한 일이요, 또 일시적으로 일어난 거품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돌이켜보면 우리 한반도라는 이 땅은 충분히 세계적인 새로운 움직임을 일으켜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서양 문명의 충돌을 우리처럼 아프게 겪은 곳이 있는가? 쇄국에 뒤이어 온 식민통치, 민족문화의 전통이 말살될 만큼 말살되고 외래문화에 대한 저항력과 수용력이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만한 상황에 밀어닥친 서양문물. 그 충격이 지금은 다 해소되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리고 분단 상황 속에서 북쪽은 공산주의라고 하기에도 이상한 가장 말단적인 공산주의가 자리 잡고, 남쪽은 그리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없는 자본주의가 극성을 부리면서, 서로를 말살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을 이어왔으니 그 땅에 사는 우리들이 겪은 갈등은 얼마나 컸을까?

이 좁은 땅에서 세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 치열하게 부딪혔으니, 참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렇지만 그것을 나름대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새로운 방향성이 잉태되고, 그것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적 특성으로 발전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사회에 많은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에 대한 비판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보다 온전하게 실현시키려는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불교를 보는 데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조선조 500년간의 박해를 견디고, 식민지 통치 아래 암적인 요소를 배태하고 해방을 맞은 불교. 그 뒤 미국 세력과 함께 들어온 지극히 배타적인 근본주의적 기독교의 공세를 견뎌온 한국의 불교는 근본적으로 만신창이의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나름대로 견디고 극복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찬탄을 해야 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러하기에 지금 우리 불교계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비판함에도 그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참혹한 상황을 견디고 의연하게 있는 저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바탕으로 하면서, 그 저력이 보다 올바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사와 함께 어둠의 터널을 헤쳐 온 불교 속에, 그 어둠을 밝힐 힘도 태동될 수 있지 않을까?

밝아 온 새해, 역사적 갈등과 혼란 속에서 온 많은 문제들이 새로운 역사를 여는 힘으로 한 차원 더 높게 전환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나라와 민족의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 나갈 때, 우리 불교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그 방향성을 제시하며 앞장을 서는 한 해가 되기를 손 모아 기원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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