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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위례 상월선원 외호대중들-재가

“한국불교 쇄신 길에 동참한 것만으로도 뿌듯하죠”

작은음악회·다도·마음나누기 등
재능기부로 불자들 마음 모으고
밤 꼬박 세우며 야간순찰도 진행
SNS·유튜브 운영하며 소식전해
상월선원 성소 자리매김의 원동력

매주 목요일 오후면 흥겨운 음악소리가 위례 상월선원을 휘감는다. 찬불가를 비롯해 국악, 사물놀이패까지. 박범훈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이 지휘하는 봉은국악합주단의 신명난 공연은 참석대중들의 박수소리와 더해져 상월선원 주변의 고요함을 깨운다. 안거 때면 문을 걸어 잠그고 발소리, 숨소리조차 엄격한 것이 일반 선원에서의 풍경이지만 상월선원은 사뭇 다르다. 이는 애초에 상월선원 결사 대중들이 조용한 산사를 거부하고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정진하고자 했던 연유와 맞닿아있다.

박범훈 원장은 “위례천막결사에 나서는 스님들이 ‘수행은 삶의 현장에서 진행될 때 의미가 있다. 공사판에 천막법당을 짓고 동안거 결사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밴드를 불러 노래하고 국악마당을 펼쳐도 좋다. 사부대중이 어울리는 법석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셨다”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매주 ‘박범훈의 소리길 여행’을 상월선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리길 여행’은 불교방송과 봉은사, 불교음악원이 격주 목요일마다 봉은사에서 진행하던 음악회였다. 박 원장은 장소를 옮겨 상월선원에서 매주 음악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부처님 말씀을 소리로 표현한 불교음악을 통해 불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야말로 위례천막결사를 더욱 빛나게 하는 길이라 여겼다.

박 원장은 “9명 스님들의 용맹정진은 이 시대 불교가 새롭게 도약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그분들의 숭고한 뜻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동안거 결사가 해제하는 날까지 불자들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월선원 종무소 입구에는 작은 다실이 운영된다. 상월선원을 찾은 스님과 불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온기와 은은한 향이 가득한 차 한 잔은 찬바람에 꽁꽁 언 손발을 녹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다도 봉사팀 김명숙, 김종숙, 김화옥씨가 부처님 전에 차를 공양하고 있다.

상월선원 다실은 용인 대덕사(주지 탄원 스님) 다도팀의 재능기부로 시작됐다. 위례천막결사 소식을 접하고 상월선원을 찾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공양 올리겠다고 마음을 냈다. 9명으로 구성된 대덕사 다도 봉사팀은 11월11일 위례천막결사 입재일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실을 운영하고 있다. 3개조로 나눠 요일별로 봉사팀을 구성했지만 팀장 김종숙씨를 비롯해 김화옥, 김명숙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매일 아침 9시 상월선원에 모여 10시30분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11시 사시기도에 앞서 과일과 과자를 준비하고 보이차, 녹차 등을 우려내 스님과 불자들에게 건넨다. 대부분의 물품은 다도봉사팀원들의 사비로 마련된 것들이다. 상월선원을 찾는 불자 한 명 한 명에게 차를 올리다 보면 오후 5시는 넘어야 일과가 마무리된다. 지난 12월7, 14일 상월선원 철야정진 때는 밤 12시까지 다도봉사가 이어졌다.

다도봉사팀을 이끄는 김종숙씨는 “비록 몸은 고되지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한국불교중흥을 위해 정진하고 있는 스님들의 원력이 꼭 성취되기를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낸다”고 말했다.

어둠이 짙게 내린 저녁 8시. 상월선원을 찾았던 기도객들이 모두 떠나 적막한 그 시각, 새로운 일과를 준비하는 불자들이 있다. 야간 외호를 준비하는 상월선원 행자단이다. 행자단은 지난 12월 초, “인적이 끊긴 상월선원에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야간 순찰이 필요하다”는 불자들의 뜻이 모아지면서 구성됐다.

상월선원 야간 외호에 나선 양형진 은석초등학교장(우측에서 두 번째)과 교직원들.

행자단은 조계종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종무원, 조계종립학교 교직원, 동국대 의료원 직원 등 구성이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 현업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야간 순찰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행자단은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가능한 날을 정해 봉사를 신청하면 하루 6~8명으로 조를 구성해 야간 순찰을 진행한다. 저녁 8시 형광색 조끼를 두르고 상월선원 외곽 시설물을 점검하고 외부 불청객들이 몰래 숨어들지는 않는지를 살피는 것이 이들의 주된 임무다. 또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새벽 4시50분 상월선원의 아침을 여는 도량석 목탁소리와 함께 행자단의 임무도 마무리된다.

정충래 행자단장(동국대 이사)은 “추운 날씨에 하루 한 끼로 14시간 정진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일”이라며 “스님들이 그런 극한상황을 극복하고 원만하게 결사를 회향하기 위해서는 밤 시간만이라도 숙면을 취해야 한다. 행자단은 스님들이 편안하게 정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주 토요일, 상월선원 주말 정진법회는 ‘마음나누기’로 회향한다. 박기련 동국대 법인사무처장이 법회에 동참한 불자들과 함께 정진하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마음나누기’에서는 자신의 일상에 대한 참회에서부터 위례천막결사에 참여한 스님들에 대한 찬탄과 발원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나누기’는 동참대중들의 성찰과 발원의 장이 되고 있다.

박 처장은 “9명 스님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목숨 건 정진을 하는 것은 새로운 불교를 만들겠다는 발원에서 출발했다. 새로운 불교는 대중의 삶 속에 뛰어들어 함께 공감하고 나누며, 부처님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불교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불자들이 상월선원 정진법회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범훈 불교음악원장이 이끄는 봉은국악합주단은 목요일마다 상월선원에서 음악회를 연다.

장영욱 상월선원 종무실장(봉은사 종무실장)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아침 일찍 봉은사에 나와 서둘러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시 상월선원으로 향한다. 상월선원 운영책임을 봉은사가 맡다보니 장 실장은 두 사찰의 행정업무를 전담할 수밖에 없다. 상월선원을 찾은 기도객 명단을 관리하고, 시설물 점검, 외호대중들과 운영 협의를 진행하고 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SNS를 통해 상월선원의 하루하루를 소개하는 것도 그의 일과 가운데 하나다.

장 실장은 “처음 공사장 허허벌판에 아무런 제반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 상월선원을 지을 때만 해도 막막했다”며 “그러나 하루하루 지나면서 상월선원이 알려지고 교통이 불편함에도 많은 불자들이 찾을 때면 환희심이 든다. 상월선원이 한국불교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는 것 같아 외호대중으로서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매주 화·토요일 신도들과 함께 상월선원을 찾아 기도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 홍보담당을 맡고 있는 윤승헌 (재)은정불교문화진흥원 차장, 정오·원준 스님과 함께 유튜브를 운영하는 정상훈·김민겸씨 등도 상월선원을 돋보이게 하는 재가외호대중들이다.

위례=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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