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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위례 상월선원 외호대중들-승가

“우리 모두가 결사 대중…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켜야죠”

상월선원 시설 관리·결사대중 뒷바라지에
몸 고되지만 한국불교 변화 움직임에 감동
결사 대중들 정진 원력 원만 회향 되길 기원
인도서 온 인월 스님 “난 복이 많은 스님”

위례상월선원이 한국불교의 새로운 성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9명 스님들의 목숨 건 정진뿐 아니라 스님들을 응원하며 함께 정진하고자 찾는 스님과 불자들이 줄을 이으면서 불교계 안팎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상월선원이 주목받게 된 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진대중들을 뒷바라지하고, 불자들과 함께 수행을 이끄는 출재가 외호대중들의 역할도 컸다. 동안거 반결재를 맞아 상월선원 외호대중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위례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 스님(성남 봉국사 주지)은 요즘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택지개발현장 허허벌판에 천막으로 지은 상월선원이기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1월 위례천막결사를 입재한지 며칠 되지 않아 천막법당 안으로 빗물이 스며들었고, 갑작스런 추위에 화장실 수돗물이 얼어버린 일도 있었다. 20여일 만에 급조하다시피 천막법당을 지으면서 세세하게 살피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그럴 때면 결사 대중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혜일 스님의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만 하다. 아무리 ‘어떤 안락함도 구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기로 시작한 결사라지만 이들을 외호해야 하는 스님으로서는 미안함을 감출 수 없다.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 스님이 정진체험관에 입소한 불자들에게 생활수칙 등을 설명하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스님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스님의 하루 일과는 상월선원 시설물 점검으로 시작된다. 삭풍에 혹여 천막이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빗물이 다시 새지는 않는지 하나하나를 살피고 점검하다보면 하루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상월선원을 찾는 스님과 불자들을 맞이하고, 정진체험관에 입소하는 불자들에게 생활수칙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도 스님의 몫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지내다보면 밤 11시가 되어서야 고된 하루일과가 마무리된다.

혜일 스님은 “9명 스님들의 초인적인 정진과 이들 스님들을 따라 함께 수행하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상월선원을 찾는 불자들을 볼 때면 비록 몸은 고되지만 보람을 느낀다”며 “다만 소한, 대한의 추위를 앞두고 상월선원 정진대중들의 건강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남양주 묘적사 주지 환풍 스님은 위례천막결사를 앞두고 ‘상월선원 기도스님’을 자처했다. 선배스님과 도반·후배스님들이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하며 결사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하지는 못하더라도 곁에서 기도하며 결사 대중들의 원력이 원만히 회향되기를 기원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스님은 매일 아침 9시 상월선원 미륵전 부처님에게 향을 올리고, 오전 11시부터 사시기도를 시작한다. 신묘장구대다라니 21독에 이어 석가모니불정근을 마치면 오전 기도는 마무리된다. 점심공양과 짧은 휴식에 이어 스님은 오후 2시부터 다시 목탁을 잡고 5시까지 오후기도를 이끈다. 스님은 11월11일 위례천막결사가 시작된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목이 쉬고, 팔이 붓기도 하지만 스님은 되려 기도시간을 늘렸다. 지난 12월18일부터는 저녁 7시 묘적사 신도 몇몇과 상월선원 미륵전에 올라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스님은 “얼마 전 정진체험관에 입소했던 불자로부터 ‘오후 기도가 끝나고 밤이 되면서 정적이 흐르자 온갖 잡념들이 떠올라 힘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결사 대중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혼자라도 목탁을 치면서 정진대중들을 응원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내 기도정진은 상월선원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는 스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상월선원 천막결사로 불교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역사적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상월선원을 찾아 조계사 신도들과 함께 기도법회를 연다. 스님은 환풍 스님을 도와 목탁을 치거나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 때면 직접 법고를 치며 정진열기를 뜨겁게 달군다. 또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신도들과 함께 상월선원과 미륵전 주변을 도는 기도도 스님이 도맡았다. 처음 상월선원 결사 대중들을 외호하고 정진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기도였지만 이제는 스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기도가 되고 있다.

스님은 “출가한 이후 여러 소임을 살면서 어느 때부터 기도나 수행에 간절함이 없어졌던 것 같다”며 “상월선원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는 결사 대중들을 곁에서 보고 불자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재발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효연 스님과 인월 스님은 상월선원에 상주하며 24시간 결사 대중들을 외호한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도량석을 하고, 5시면 새벽예불을 시작한다. 1시간 참선에 이어 법당 청소를 끝내면 본격적인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오전 7시 전날 결사 대중들이 공양한 식기류를 받아 성남 봉국사로 향한다. 그날 결사 대중들이 공양할 음식들을 받아 다시 상월선원에 도착하면 오전 10시30분. 배식구를 통해 공양물들을 전달하면 오전일과가 마무리된다. 오후에는 상월선원 기도객들을 맞이하고, 그들과 함께 기도를 한다. 오후 6시 저녁예불에 이어 다시 참선정진을 하고 나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지만 효연 스님과 인월 스님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매주 화·토요일마다 정진기도법회를 진행하는 원명 스님이 불자들과 함께 소원등이 가득한 상월선원 주변을 돌고 있다.

지난 2013년 양평 상원사에서 의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효연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동국대에 입학했다. 사숙이기도 한 수국사 주지 호산 스님이 결사에 동참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니던 학교를 휴학했다. 결사에 동참하지는 못하더라도 외호대중이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효연 스님은 “위례천막결사는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결사라고 생각했다”며 “스님들의 결사로 한국불교가 쇄신하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월 스님은 인도 시킴 지역이 고향인 외국인스님이다. 일곱 살에 인도 사원에서 출가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간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인도 부다가야를 찾았다가 혜광 스님을 만나 한국불교에 매료됐다. 그런 인연으로 2016년 4월 한국을 찾았다. 남원 실상사를 거쳐 서울 수국사에서 머무르며 한국어를 배웠다. 그러다 올해 5월 한국스님이 되겠다고 발심하고 수국사 주지 호산 스님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은사스님의 정진을 돕겠다며 상월선원 행자가 됐다.

인월 스님은 “한국불교를 배우고 싶어 한국에 와서 이제 한국스님이 될 수 있었고, 은사스님을 통해 동안거 결사 현장을 목격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점에서 난 참 복이 많은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위례=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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