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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음악심리치료사 꿈꾸는 불자 트로트 가수 바네

  • 새해특집
  • 입력 2020.01.02 16:21
  • 수정 2020.01.03 10:27
  • 호수 1519
  • 댓글 0

“마음이 아픈 사람들 음악으로 치유하는 가수 될래요”

통통 튀는 25세 트로트 가수 바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인지도 높여
산사음악회 등 공연서 꾸준히 활동

자비실천운동본부 해광 스님 만나
교도소·소년원 등서 재능기부 시작

공연 후 내려와 초코과자 건네 받고
‘선한 영향력 주는 가수되겠다’ 발원

​​​​​​​음악심리치료사 되기위해 준비하며
공부·공연·새앨범 준비로 바쁜 한 해

불자 트로트가수 바네씨는 “돈과 명예를 좇는 가수가 아닌 음악을 통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가수가 되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25살 트로트 가수 바네입니다. ‘반해’의 소리글에서 따왔어요. 귀에 쏙 들어오지 않나요?”

가수 바네씨의 첫 느낌은 ‘통통’ 튀는 90년대 생 그 자체였다. 언니 같은 어머니를 매니저로 대동하고 나타난 바네씨는 당차게 자신을 홍보하면서도 한없이 겸손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데뷔 5년 차인 불자 트로트 가수 바네씨는 20살 나이에 트로트 앨범을 발표했다. 이후 모태신앙이었던 불교와 인연이 이어져 산사음악회와 군부대, 교도소 등 각종 행사에서 꾸준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명이 독특하다는 질문에 바네씨는 프랑스 요리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인 ‘바네(Vanner)’를 언급했다. 바네는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광택이 나도록 작업하는 것으로, 적당한 식감과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조리방법 중 하나다. 무대에 올라감과 동시에 관객과 어우러져 그 무대가 빛나는 분위기로 만들어가는 가수가 되겠다는 바네씨의 의지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바네씨는 매 공연마다 관객들에게 빛나는 무대를 어떻게 선사할지를 고민한다. 바네씨는 2015년 우연한 기회로 데뷔했다. 아역배우 활동을 하다 지금은 춤을 추는 동생이 한 행사 무대 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내뱉은 “우리 언니도 노래 참 잘하는데” 이 한마디에 감독은 그 자리에서 바네씨를 무대 위에 올렸다. 얼떨결에 올라간 무대였지만 바네씨가 당차게 발라드 한 곡을 뽑아내자 행사 기획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후 각종 공연 섭외가 물밀듯 들어왔다.

트로트와의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한 공연에서 발라드 곡으로 무대를 마친 후 앙코르곡으로 부른 이미자씨의 ‘동백 아가씨'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다.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고 20살 바네씨는 트로트가 자신의 길임을 알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중가수를 꿈꿨고 실용음악을 전공한 바네씨지만 트로트는 그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한 연습은 필수였다. 매일 8시간 이상 발성과 노래연습 끝에 퓨전 트로트 1집 앨범 ‘반해반해’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바네씨는 작은 체구지만 청중을 끄는 에너지와 가창력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목소리의 울림도 깊어졌다. 젊은 감각의 트로트뿐 아니라 정통의 깊은 맛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연히 데뷔했고 또 우연히 트로트를 만났지만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음악공부를 해왔으니 이 모든 것이 그 인연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요. 그리고 가장 큰 인연은 음악회를 통해 자비실천운동본부 이사장 해광 스님을 만난 것이죠.”

어머니 매니저의 철저한 지원과 관리로 전국 크고 작은 행사를 소화하던 바네씨는 천안불교사암연합회가 주최한 축제에 출연했다가 교도소와 소년원 등에서 교정교화활동을 하고 있는 해광 스님을 만났다. 해광 스님은 바네씨 노래를 듣자마자 교정교화를 위한 재능기부를 제안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 손을 잡고 충주 화암사에 다녀 불교문화에 익숙했던 바네씨는 해광 스님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처음 교도소 공연을 가던 날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모를 공포감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 그들을 보니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였다. 수용자들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졌지만 그들은 음악에 맞춰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만의 재능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바쁜 일상에도 수년째 한 달에 한 번은 꼭 교도소 공연을 가는 이유다. 자신의 선입견을 깨도록 한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다른 무대는 몰라도 교도소 무대만큼은 시간이 없어도 절대 거절하는 법이 없다.
 

올해 초, 바네씨는 해광 스님에게 ‘백련화’라는 법명을 받았다. 불교에서 백련화는 청결과 정화를 상징한다. 교도소에서의 재능기부 공연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마음에 쏙 드는 법명이다.

교도소에서의 재능기부를 계기로 바네씨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바로 음악심리치료사다. 언젠가 소년원에서 인순이씨의 노래 ‘아버지’를 불렀는데, 하나둘씩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알았다. 노래가 사람들의 감정을 끓어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날은 무대를 내려오는데 초코과자 하나가 바네씨에게 쓱 전달됐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음악으로 치유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바네씨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전 음악심리치료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말 캐나다 유학도 준비하고 있다. 공연과 사업으로 하루 24시간이 빠듯하지만 입학을 위한 영어공부에도 여념이 없다. 3년 과정이지만 방학을 이용해 국내 공연과 새 앨범 준비 계획도 이미 다 짜놓았다. 바네씨는 국내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또 다른 인연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인연의 소중함을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배웠잖아요. 욕심부리지 않고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순리 따라 살려고 해요.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최선을 다해서요.”

인기가수보다 기억에 남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바네씨는 어느 자리에 가서 공연을 하더라라도 “저 가수 참 괜찮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발원했다.

“돈과 명예를 좇는 가수가 아닌 내가 하고 싶고 잘 하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또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대중들의 마음을 울리는 가수, 그리고 아픔을 치유하는 음악심리치료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바네씨. 더 넓은 자리에서 더 좋은 인연을 만들어갈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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