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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대화와 삶의 모습으로 중생 이끌다

45년간 쉼 없이 해탈로 안내
붓다의 대화에는 패턴 존재
상대 말 경청하는 것서 시작
맞춤형대화로 설득아닌 이해

불교를 빨리어로 ‘Buddha-sāsana’라고 한다. 한자로는 ‘佛敎’로 번역한다. 이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붓다의 가르침’이란 의미이다.

종교로서의 불교는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그 중의 하나가 ‘붓다를 신앙하는 종교’란 의미이다. 사실 ‘붓다의 가르침’이나 ‘붓다를 신앙하는 종교’는 같은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불교인을 ‘붓다의 가르침을 믿고 그것을 실천하는 자들’로 이해한다. 믿고 실천하는 것을 ‘신행(信行)’이라고 한다.

오근(五根: 다섯 가지 능력) 가운데 하나가 ‘신근(信根: saddhindriya)’ 즉, 믿음의 능력이다. 믿음의 능력을 갖추면 그곳에서 실천행이 나오게 된다.

초기불전에서 만나는 붓다는 흔히 말하는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 깊은 존경심을 바탕으로 한 스승의 이미지가 강하다.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은 ‘믿음’의 근원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붓다는 ‘그 분의 가르침을 기꺼이 받아 지녀 따를 수 있는 스승’이 된다. 왜 불전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스스로 제자가 되길 청하는 것일까.

붓다의 교화이야기는 바로 이런 물음에서 시작한다. 교화의 의미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다. 고통받고 있는 자들을 해탈의 길로, 의심에 찬 이들을 믿음의 길로, 길을 잃은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것, 그것이 교화의 의미이다.

초기경전은 ‘붓다의 교화를 기록한 경전군’이다. 붓다는 깨달음을 얻은 후, 45년 동안 쉼 없는 교화의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붓다는 길에서 태어나고, 길에서 생활하다, 길에서 돌아가신 분이다. 그 분의 삶에서 ‘길’은 전부였다. 길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을 의미한다. 붓다는 늘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분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가 붓다의 교화방식이다.

붓다의 교화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대화’이며, 또 하나는 ‘삶의 모습’이다. 불교의 정수가 담긴 것을 하나만 뽑으라고 하면, 필자는 ‘전도선언’을 꼽고 싶다. 전도선언에는 불교가 지향해서 나아가야 할 바가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선언의 내용은 ‘모든 존재들의(천신과 인간들) 이익과 행복’이다.

그것을 위해 진리를 전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을 경전에서는 “온전하고 청정한 범행(梵行, brahmacariya)을 알게 하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곧 도덕적 탁월함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다. 이것이 삶을 통한 교화방식의 내용이다.

그런데 경전을 통해 볼 수 있는 교화의 방식은 주로 ‘대화’의 방식이다. 이를 ‘설법(說法)’이라고 한다. 설법을 일방적인 붓다의 가르침으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한 공감과 소통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붓다의 대화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상대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 대화는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냉철하며,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파격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를 ‘대기설법’, 즉 근기에 따른 설법, 맞춤형 대화라고 한다.

붓다의 교화는 정해진 패턴이 없다. 왜냐하면 대화의 상대들이 늘 다른 문제로 붓다와 대화하기 때문이며, 같은 문제라고 해도 입장과 환경이 다른 이들이 질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경전을 읽는 방식도 물 흐르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붓다의 가르침에 젖어드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나의 생각’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저 듣기만 하면 된다. 깊은 존경심이 그곳에서 샘솟게 되면, 그것은 어느 덧 희열로 다가오게 된다. 붓다의 교화는 이런 점에서 정해진 패턴이 존재한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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