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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모든 생명을 구하라

기자명 법장 스님

“화냄 경계하는 이유는 살생 원인이 되기 때문”

범망경의 제1계는 불살생계
화를 내는 마음이 강해지면
생명을 해치려는 마음 생겨
화를 잘 조절하면 자비증득

2020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본 칼럼은 작년까지 불교 계율의 전반적인 내용을 현대의 여러 일들을 통해 바라보았다. 새해에는 조금 더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 대승불교의 계율을 대표하는 ‘범망경(梵網經)’을 통해 우리 삶 속에서의 계율의 실천을 함께 생각하려고 한다. 대승보살계를 대표하는 ‘범망경’은 10가지 무거운 죄와 48가지 가벼운 죄인 ‘10중 48경계’로 이루어져 있다. 58가지 계율 조목을 살펴보고 일상에서 계율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려 한다.

‘범망경’의 제1계는 바로 ‘살생계(殺生戒)’이다. ‘불살생계’라고도 하는 이 계는 대승불교의 모든 계율에 반드시 첫 번째로 나오는 계목이다. 부처님 당시에 만들어진 ‘율장(律藏)’의 제1계가 ‘음계(婬戒)’인 것과 비교하면 대승보살계가 추구하는 계율관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범망경’에서는 살생계에 대해 “직접 죽이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죽이거나, 방편으로 죽이거나, 찬탄하여 죽이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따라서 죽이거나, 주문으로 죽이는 등 모든 생명있는 중생을 고의로 죽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즉 세상의 어떠한 것도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기에 어떤 경우라도 다른 생명을 죽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살생계에 대해서 “죽이지 말라”는 부정형의 표현에만 집중해 그 참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살생계는 보살의 자비심을 극대화하고 모든 행동에 있어서 생명을 최우선으로 바라보는 자리이타를 실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유가사지론’에서도 “모든 보살은 자비심을 근본(체)으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점차 감정이 격해지고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있거나 불편함을 느끼면 바로 성난 감정을 드러내고 격한 말을 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화를 내는 감정을 불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화내는 마음이 강해지면 바로 생명을 해치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범망경’에서는 마음의 상태가 모든 죄의 원인이라고 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극단적인 마음에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확인하고 다스리라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종종 일상 속에서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를 입거나 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저 역시도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 자신 안에 생긴 그 화를 다시 그 가해자나 다른 누군가를 향해 분출하게 된다면 그 화는 더욱 거대한 힘이 되어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돌며 끊임없이 나와 우리 주위를 괴롭히게 된다. ‘살생하지 말라’는 큰 계목은 지키기가 쉽다. 누구라도 생명을 죽이는 것이 큰 죄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살생의 마음의 토대가 되는 ‘화를 내지 말라’를 지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를 안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그 화를 내가 어떻게 다스리고 표현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주의하는 것이 바로 살생계를 지키는 것의 시작이다.

그리고 살생계를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주위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존귀하다. 이는 우리의 생명을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듯이 가족과 주위를 사랑해주는 것이 바로 보살의 자비심이다. 자신을 사랑하듯이 남을 대할 때 바로 생명존중과 자리이타가 실현되는 것이다. 조계종 종정 진제 큰스님의 신년 법어인 “불교의 가르침인 지혜와 자비가 정치와 사회의 기본이념이 되어 생명존중과 인류의 행복이 실현되어야 합니다”라고 하신 말씀과 같이 우리 내면의 사랑이 밖으로 표출될 때 불교의 가르침이 실현된다고 본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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