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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명한 선율, 브람스의 변주곡

기자명 김준희

화려함 좇던 시기에 평정심 유지·자기 음악 구축

수행 거듭하듯 작품 대한 브람스
욕망·집착 벗어난 현명함 가르친
경전 읽으면서 듣는 그의 작품은
현명한 선율 만날 수 있는 기회

부처님이 수행하고 설법했던 인도 초기불교 성지 제따와나 전경.

요하네스 브람스는 극도의 화려함으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가 무르익어가던 시대에 신고전파라고 불릴 만큼 절대음악을 고수 해왔다. 음악에 이야기를 담아 의미를 부여하는 표제음악이 경쟁적으로 번지던 시기에도 소나타, 변주곡, 실내악, 교향곡 등의 음악을 고집하면서 베토벤, 멘델스존, 슈만으로 계속된 독일 음악의 전통을 이어나갔다. 브람스는 다섯 개의 피아노 변주곡과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한 곡을 남겼다. 변주곡은 브람스에게 고전의 형식을 취하면서 낭만적인 정서를 풍부하게 담기에 가장 좋은 장르였다.

그의 피아노 변주곡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의 음악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면모와 음악적 철학을 알 수 있다. 로베르트 슈만은 브람스에게는 특별한 존재였다. 브람스의 작품을 접한 슈만은 ‘음악신보’에 그에 대한 글을 썼다. 창간하고도 10년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만 맡겨 두었던 음악잡지에 약관의 청년을 두고‘가장 높은 표현성에 이상적 선물을 주게 될 사람’, ‘갑자기 출현한 거장’ 등의 찬사를 표하며 집필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브람스는 슈만과의 교류로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해질 수 있었고 신중한 작품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었다.

그의 첫 변주곡인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9’는 슈만의 ‘Bunte Blatter, Op.99’의 네 번째 곡을 주제(theme)로 하고 있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 본 대선배 슈만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담겨있다. 또한 라인 강 투신 이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슈만의 음악적 동반자였던 아내 클라라에 대한 위로도 함께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그리고 슈만으로 이어지는 서정성과 품격 있는 낭만주의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사랑을 받는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24’는 그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 옛 것에 대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브람스의 음악적 성격을 만날 수 있다. 브람스는 이 변주곡에서 ‘헨델의 소나타 HWV434’에서 가져온 생기 넘치는 주제를 24개의 다양한 변주로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정열적으로 변화시켰다. 고전적 형식 위에 바로크의 담백한 선율을 브람스 특유의 논리적인 낭만성으로 펼쳐나간 이 변주곡은 마지막 변주 후에 등장하는 푸가에서 그 폭발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빤디따는 사와띠의 부유한 집 아들이었다. 그는 일곱 살 때 사미가 되었다. 빤디따 사미와 사리풋타가 탁발을 가던 중 농부들이 밭에 물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빤디따 사미가 사리풋타에게 물었다. “물은 아무 의식도 없을 텐데,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겠습니까?” 사리풋다가 대답했다. “그렇다.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물을 보낼 수 있다.” 조금 걷던 중 빤디따는 화살을 만드는 사람들이 화살에 불로 열을 가하고 곧게 펴는 것을 보게 되었다. 또 목수들이 수레바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요하네스 브람스.

빤디따는 생각했다. “만일 아무런 의식도 없는 물이나 나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면, 의식을 지닌 나는, 내가 스스로 마음을 길들이고, 평온과 통찰을 수행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는 사리풋타의 허락을 받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수행을 시작했다. 그는 반나절 만에 아나함과를 성취하고, 출가한지 8일 만에 아라한이 되었다.

붓다는 제따와나의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행을 하게 되면, 천신들도 보호를 해주고 지켜준다. 나도 빤디따가 방해받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빤디따 사미는 농부들이 밭에 물을 끌어들이고, 화살 만드는 사람들이 화살을 곧게 하고, 그리고 목수들이 수레바퀴를 만드는 것들을 보고, 그의 마음을 길들이고 불법을 수행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농부들은 밭에 물을 끌어들이고 / 화살 만드는 사람들은 화살을 곧게 하고 / 목수들은 목재를 다룬다. / 현명한 자들은 그들 자신을 길들인다. (법구경 명철품 80)

브람스는 슈만과의 음악적 교감과 더불어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에 대해 신중함을 기했다. 그의 작품에 대한 태도는 마치 수행을 거듭하는 것 같았다. 작품을 발표하기 전 항상 수정을 반복했고, 완벽해졌다고 생각할 때 곡을 내 놓았다. 바그너와 베를리오즈, 리스트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견실한 음악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의 스승 마르크젠의 영향이 컸다. 그는 겉으로 내세우지 않는 견실한 작곡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또한 베토벤의 친구의 제자였으므로 브람스에게 바흐와 더불어 베토벤의 훌륭함을 깨닫게 해주며 작곡과 음악 이론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었다. 타고난 성품과 노력, 그리고 훌륭한 스승과의 공부가 그의 음악의 바탕이 되었다.

평소에 브람스와 미학적으로 반대되는 입장에서 그의 음악을 진부하다고 치부하던 바그너 역시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접하고, ‘낡은 형식이라도 그것을 정말로 잘 다루는 사람이라면 대단한 성취를 할 수 있다’고 감탄했다. 연주자의 특별한 기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브람스 역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35’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선호했던 파가니니 카프리스 a단조의 주제를 선택했다. 하지만 브람스는 다른 여느 작곡가들과는 달리 이 곡에서도 증폭된 감정의 세계를 논리적으로 구현했다. 열정적 에너지를 표방하면서도 선율만큼 리듬의 다양한 변화를 돋보이게 나타내었으며,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의 변주곡 악장의 주제의 회상과 같은 기법도 구사했다.

브람스의 피아노 변주곡에는 브람스의 전반적 음악세계가 담겨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친구 레메니의 영향을 받아 헝가리풍의 음악에도 관심이 있었던 그는 ‘헝가리 민요에 의한 변주곡, Op.21-2’에서 소박한 민요의 선율에서 상당한 수준의 서정성을 이끌어냈다. ‘자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21-1’에서는 마치 숨죽인 아리아와도 같은 극도의 절제된 낭만주의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하이든 주제에 의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Op,56b’에서도 서정성과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사려 깊고 진중한 브람스의 성품이 보인다.

실제, 고결한 이들은 모든 집착(오온 등)을 포기한다./고요한 그들은 감각적 욕망을 지니고서 말하지 않는다./기쁨이나 슬픔에 직면하더라도, 현명한 자는 크게 기뻐하거나 침울해 하지 않는다. (법구경 명철품 83).

과장된 기교와 화려한 음악의 유행과 음악적 성향이 다른 반대파의 비난 속에서도 점잖음을 유지하며 견고하고도 정형화된, 자신만의 음악을 지혜롭게 구축했던 요하네스 브람스. 경전을 읽으며 듣는 그의 작품에서 현명한 선율을 만나본다.

김준희 피아니스트 pianistjk@naver.com

 

[1519호 / 2020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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