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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함께한 30년 수행·봉사 이야기

  • 불서
  • 입력 2020.01.13 10:19
  • 수정 2020.01.13 10:22
  • 호수 1520
  • 댓글 0

‘안녕, 다람살라’ / 청전 스님 지음 / 운주사

‘안녕, 다람살라’
‘안녕, 다람살라’

달라이라마는 어떤 스승이고, 다람살라는 어떤 곳일까?

그동안 많은 매체를 통해 달라이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저작물을 통해 가르침 내용을 접하면서 다람살라 풍경을 간접적으로 보아왔지만, 오랜 세월을 그곳에서 살아온 이에게 직접 경험을 듣는 일은 흔치 않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오로지 다람살라만을 고집하며 스승 달라이라마 지근에서 수행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청전 스님이 풀어놓은 이야기는 그래서 새롭다.

‘안녕, 다람살라’는 청전 스님이 달라이라마와 함께한 다람살라에서의 30여년 수행생활을 되돌아본 이야기를 담아냈다. 2018년 12월 한국에 돌아와 강원도 영월에 정착한 이후 처음 내놓은 맑고 따뜻한 이야기다.

저자는 여기서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없는 달라이라마의 진면목과 이면, 스승과 제자간의 영적 교류, 그리고 순례길의 신비로운 체험과 깨달음 등을 처음으로 풀어놓았다. 그래서 책은 한 수행자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체험담이자, 다람살라에 둥지를 틀고 30년 세월을 보낸 한 사람의 인연담이기도 하다.

청전 스님이 곁에서 지켜본 달라이라마는 행동 하나, 말 한마디로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스승이었다. 오래전 어렵게 중국에서 티베트 라싸로 들어가 카일라스를 순례했을 때였다. 고난의 순례를 마치고 달라이라마를 찾아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을 할 생각이었는데, 인사를 하자마자 자신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그 스승을 보면서 “스승이 제자를 잘못 삼음은 독약을 먹는 것과 같고, 제자가 스승을 잘못 선택하는 것은 천 길 낭떠러지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티베트 불교의 명제 중 하나를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청전 스님은 30년 동안 달라이라마를 모시고 수행과 봉사를 이어오면서 곳곳을 순례하기도 했다. 사진은 라닥의 푹탈 곰빠.
청전 스님은 30년 동안 달라이라마를 모시고 수행과 봉사를 이어오면서 곳곳을 순례하기도 했다. 사진은 라닥의 푹탈 곰빠.

그런가 하면 법문을 마치고 회향할 때 직접 작은 불상을 선물로 전하던 달라이라마는 그 많은 사람들 중 두 번씩 받아가는 사람들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보통사람은 불가능할 것 같은 그 모습을 보면서, “눈이 열린 사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전체를 알아차리는 지혜의 눈인 혜안(慧眼)과 하늘의 눈인 천안(天眼)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배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은 일도 적지 않았다. 달라이라마 개인 침실에 들어갔을 때 침대와 불단이 있었다. 불단에는 역대 달라이라마가 대대로 모셔온 흙으로 만들어진 관세음보살 입상이, 침상 머리맡에는 나무로 조각된 고행상이 모셔져 있다.

달라이라마는 “흔히 부처님이라고 하면 휘황찬란한 황금 불상을 생각하지요. 우리 출가자들은 적어도 부처님을 기릴 때 붓다 이전의 이런 난행고행의 부처님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어떤 붓다도 없었지요. 우리는 이 과정을 실천하여야 마지막 깨달음에 이르니까요. 이런 난행고행의 과정이 우리 비구들의 삶이어야 합니다”라고 일러주었다.

청전 스님은 이처럼 일상에서 순간순간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받으며 행복한 수행자로 30년을 살 수 있었다. 스님은 그래서 다람살라에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라닥에서의 봉사 여정, 티베트·인도 사원과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서 맑고 청아하게 살아가면서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빛이 되어주는 청정 수행승들,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하고 티 없이 맑은 노스님들의 이야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부처님만을 믿고 살아가는 대중들의 소박한 모습들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 덕분에 책 속 이야기에서 진정한 스승의 품격을 만나고, 따뜻한 위안과 감동까지 맛볼 수 있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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