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 한 장의 문장 구조는 본문, 해석, 예시, 게송의 형식이다. 처음 본문(本文)을 설하고, 해석한 후에 선어록으로 밝히고 게송으로 요약하였다.
제 1장 본문에서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본래 한 없이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생한 것도 아니고 소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름 붙일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고 하고 해석하시길,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일원상을 그리시다). 옛 사람들이 말하기를 ‘옛 부처 나기 전에 응연한 하나의 동그라미 모양. 석가모니도 오히려 몰랐는데, 어떻게 가섭이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의 생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으며, 이름 붙일 수도 없고 형상으로 나타낼 수는 없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일원상은 혜충국사(慧忠, 675∼775)가 처음 거량(商量)을 했다. ‘전등록(傳燈錄)’에서, “선사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손으로 원상을 그리시니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라고 한 내용과, ‘벽암록(碧巖錄)’에서 ‘남전(南泉普願, 748∼835)의 일원상’으로 전해지는 선종의 공안이다. 이 공안의 근원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닫고 상수제자 마하가섭에게 전한 법이지만 둘이 없는 최상승법에서는 일체의 상(相)이 없는 것이다. 일원상은 ‘화엄경’에서 설하는 원융무애의 진리당체이며 참선수행자의 화두이다.
“육조 스님이 대중들에게 물었다.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그대들은 알겠는가?’ 신회가 바로 대답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불성입니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대사의 서자(庶子)가 된 이유이다. 회양이 숭산(崇山, 하남성, 정주 소림사)으로부터 오니 육조대사가 묻기를,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라고 하자, 회양은 어쩔 줄 모르다가 8년 만에야 비로소 깨닫고 나서 말하기를, ‘설사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이 육조대사의 적자가 된 까닭이다.”
‘나에게 한 물건’은 마음의 근원이고 일원상이다. 이 어록에서 전하는 뜻은, 첫째로 6조 혜능(慧能, 638∼713)의 선법이 조선시대(朝鮮, 1392∼1910)선종의 근원이기에 설한다. 즉 과거의 칠불(七佛;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 가섭불, 석가모니불) 이후, 인도의 27조이자 중국 초조인 달마(5∼6세기)로부터 전법 계승한 혜가(慧可, 487∼593), 승찬(僧璨, ?∼606), 도신(道信, 580∼651), 홍인(弘忍, 601∼674)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혜능이 계승했다. 혜능은 “보리에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에도 틀이 아니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느 곳에 티끌과 번뇌가 있겠는가?”라는 오도송을 짓고 홍인으로부터 ‘바로 사람의 마음의 근원을 가리켜서 깨달아 부처가 되는 법’을 전해 받았다.
둘째는 혜능의 제자 신회와 회양 중에 남악회양(南岳懷讓, 677∼744)이 선종 제 7조가 되어 적자가 되었다. 하택신회(荷澤神會, 668∼760)는 이름과 형상도 세울 수 없는 선법을 바로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자라고 한다. 이후 중국 선종은 5엽(禪宗五大:임제종, 법안종, 조동종, 운문종, 위앙종)으로 성립했다. 회양의 돈오선법은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로 그리고 임제의현(臨濟义玄, ?∼867)에 의해 성립한 임제종이 한국 전통 선맥이 되었음을 강조하려고 이 고사를 전하여 적자의 선법을 논한 것이다.
“삼교의 성인들이 모두 이 말에서 나왔네. 누가 이것을 거량할 터인가? 눈썹을 아낄지어다.”
‘선가귀감’을 지은 시대(1564)는 명나라 만력제(萬曆帝, 1563∼1620)시대이다. 당(618∼907)의 ‘불교중심 사회’를 지나서 송(960∼1279)과 명(1368∼1644)은 ‘유교 성리학’ 정치였다. 따라서 삼교성인(三敎聖人), 불교의 석가모니, 유교의 공자(孔丘, 551~479 BCE), 도교의 노자(6c BCE)의 경전들이 동북아시아의 정신문화였으므로 예시로 들었다. 일원상의 근원을 깨닫고자 하는 참선자는 더욱 자세히 검증해야 한다고 경책하신 것이다.
선응 스님 동국대 불교학 박사 sarvajna@naver.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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