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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자비롭게 베풀기

기자명 법장 스님

보시·봉사가 불교 추구하는 자리이타·보살행의 실천

사익 취하게 되면 외로워져
보시와 봉사, 이웃 나눔행 
타인 손과 발 되어 주는것 
자리이타 위한 보살행 실천 

불교의 계율을 대표하는 조목은 ‘살도음망(殺盜淫妄)’이다. 그러나 출가자의 율장에서는 그 순서가 ‘음도살망’으로 되어 있다. 이는 불교가 대승으로 발전하면서 등장한 십선법(十善法)과 ‘범망경’ 등의 보살계에 의해 보편화 된 것이다. 그 만큼 동아시아에서 대승불교와 보살계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이다.

이중 율장과 보살계에서도 순서가 변하지 않는 것이 ‘제2 투도계(偸盜戒)’이다. ‘도둑질하지 말라’로 알려진 이 계는 고의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금지하는 계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다른 사람의 재물을 동의 없이 옮기거나 자신이 가져가면 죄가 되는 것이다. 

이 계의 성립인연은 보살은 모든 중생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해야 하고 그들이 불성을 밝힐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의 물건을 탐하게 되면 보살행이 아니기에 죄가 된다고 한다. 일반 사회를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재물은 다른 형태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다들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직장이나 자신의 터전에서 일을 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고 있다. 즉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타인의 재산을 훔치는 것은 그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범망경’에서는 바늘 하나 풀 한 포기라도 타인의 것을 훔치면 중죄가 된다고 엄격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투도계는 보살의 자비행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하듯이 불교인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된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보시와 봉사를 아낌없이 해야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재물이나 물건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들에게 보탬이 되어주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봉사활동을 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과 발이 되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보시와 봉사가 바로 불교에서 추구하는 자리이타와 보살행의 실현인 것이다. 보살은 특정 누군가가 수행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내면에 존재하는 불성이 밖으로 표출될 때 우리가 보살이 되어 천수천안으로 모두를 보살피고 자비를 베풀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를 보면 기업인들이나 정치인들이 부당하게 재산을 취하고 국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것과 같이 쓰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자녀들이 모든 사건, 사고를 돈으로 해결하고 너무나 쉽게 재산을 손에 넣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도 불교에서는 도둑질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신라 태현 스님께서는 큰 힘을 가진 관리가 자애로움 없이 사람들을 핍박하고 지위나 재물을 뺏는 것은 투도계를 어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한 자들을 처벌하고 그들의 부당한 재산을 빼앗아 다시 중생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도리어 올바른 행위라고 말씀하셨다. 즉, 부당한 재산을 얻은 이들의 것을 다시 빼앗아 되돌려주는 행동은 바른 보살행으로서 어떠한 죄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바른 기준으로 죄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올바르게 내리는 것도 또한 불교의 보살행인 것이다. 다만 그러한 법의 판단에 자칫 삿된 마음이 들어가거나 또 다른 부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투도계와 더불어 망어계까지 거듭 어겨서 보다 무거운 죄가 되는 것이기에 냉철하고 청정한 눈과 마음으로 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대승불교 수행의 기본이 되는 것은 육바라밀(六波羅蜜)이다.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보시바라밀이다. 이는 불교에서 추구하는 수행과 마음가짐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인연이라는 관계에 의해 이어진 운명공동체이다. 나와 남을 구별하는 것이 아닌, 남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나를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우리의 아주 작은 손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자비의 빛이 되어 준다. 그리고 그 빛은 다시 회향되어 우리의 삶과 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비춰 줄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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