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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때를 벗기듯 새해를 맞습니다

기자명 도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0.01.14 11:26
  • 수정 2020.01.14 11:28
  • 호수 1520
  • 댓글 0

양의 기운이 많아진다는 새해에는
하루를 사는 마음으로 한 해 살길
하루 통찰로 한 해 윤곽도 스케치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밝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네 번에 걸쳐 새해를 맞이하는데요. 그 시작이 동지입니다. 팥죽을 먹으며 액운을 떨치는 의미를 갖습니다. 양력 1월1일에는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는 타종식을 함으로써 새해가 되었음을 알립니다. 음력 1월1일에는 떡국을 먹고 웃어른께 세배를 하면서 문안을 여쭙고 덕담을 듣습니다. 2월4일 또는 5일에는 12지지의 띠가 바뀌는 때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문 앞에 걸어두어 한해의 길운을 기원합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새해를 맞이하다 보면 정말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새해가 되었다는 것은 양의 기운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지는 밤의 길이가 가장 긴 하루이며 이날 이후로 낮의 길이가 길어집니다. 입춘은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나는 시기입니다. 온 세상이 새해가왔음을 알려주고 체감하면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떠올리고요. 연 초에 세운 계획과 다짐이 이루어졌는지 점검해봅니다. 반성하고 성찰하다 보면 마음이 경건해집니다. 지난 일을 다시금 살피는 이유는 후회하고 스스로를 질타하기 위함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 현재를 바로 살기 위해, 앞으로 더욱 뜻깊고 보람차게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까요? 하루를 사는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하루는 한 해의 축소판입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집니다. 깊은 밤이 찾아오고 한낮의 태양은 높습니다. 봄이 오니 싹이 트고 꽃이 피며 가을이 오니 낙엽이 떨어집니다. 겨울이 되니 밖은 춥고 밤은 깊어 집안에 있게 되고 한 여름에는 밖으로 돌아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하루의 흐름이 365일 전체를 아우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통찰해보는 것은 한 해의 윤곽을 스케치하는데 참 유용합니다. 

자고 일어나서 하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납니다. 먼지를 털며 침구류를 정리합니다. 해우소에 가서 근심을 풀거나 물을 비우기도 하고요. 물 한잔 마시며 부족한 수분을 보충합니다. 시간이 없으면 세안만 하고요. 시간이 넉넉하면 샤워를 하면서 몸 전체를 깨끗이 합니다. 여기에 잠시 앉아 고요히 명상을 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습니다. 하루를 급하게 시작하면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흐르기 십상입니다. 평온한 마음으로 호흡을 정돈하고 몸을 풀어주면서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즘 아침명상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명상을 하다 보면 밤사이, 그동안 내 안에 쌓였던 독소와 노폐물들 그리고 피로물질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마음의 답답함과 막연한 불안감도 좀 해소되는 것 같고요.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듯이 한 해의 시작을 명상으로 해보는 것 어떨까요? 명상하기 좋은 장소에 가서 편안하게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멀리 가기가 어렵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뒷동산에 올라 고요히 내 마음을 살피고 몸을 챙겨주는 것도 참 좋은 명상이 될 것입니다.

도연 스님
도연 스님

도연 스님 봉은사 명상지도법사 seokha36@gmail.com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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