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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윤석중의 ‘아기와 새해’

기자명 신현득

새해 새날 맞아 새 계획 세우는 시기
부모와 아기 시선으로 함께 살핀 시

가족 얼굴과 집안 구조 똑같은
새해에 의문을 품은 아기에게
그 생각이 자랐다는 증거라며
생각이 자라 새해라 답한 부모

기쁜 새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어린이들이 키가 성큼 자라서 새해를 맞았다. 키만 자란 것이 아니다. 생각이 그만큼 자랐다. 말 솜씨 글 솜씨, 그림 솜씨가 그만큼 자랐다. 달리는 힘, 걷는 힘이 자랐다. 그래서 새해는 희망으로 차 있다.

희망의 새해다. 부처님 기원으로 2564년, 단군할아버지로부터 4353년, 서기로는 2020년, 육십 간지로는 경자년 쥐띠의 해다. 쥐는 걸음이 빠르고, 생각이 빠른 영리한 동물이다. 애완용으로 사람과도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쥐의 해는 좋은 해다. 

새해가 됐으니 올해의 계획을 세워 두고 실천을 해야겠다. 좋은 계획을 세워보자. 올해부터는 늦잠 자는 버릇을 싹 없애기로 한 어린이가 있다. 좋은 계획이다. 어떤 어린이는 실력이 모자라는 공부에 힘을 기울이자는 계획을 한다. 어떤 어린이는 집안일을 잘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 좋은 계획이다. 그렇게 해서 부지런한 어린이, 착한 어린이, 슬기로운 어린이로 자라면 그것이 나라의 힘이 된다.  

새해 새 결심을 가지고 동시의 나라에 들어가 볼까? 동시의 나라에도 희망이 가득 차 있다.  

 

아기와 새해 / 윤석중

엄마 얼굴도, 아빠 얼굴도, 언니 얼굴도
어저께하고 마찬가진데 무엇이 새해야, 

방 세간도, 마루 세간도, 장독대도
어저께하고 마찬가진데
무엇이 새해야.

저 나무도, 저 산도, 저 하늘도
어저께하고 마찬가진데
무엇이 새해야. 

아가!
그 전엔 그런 생각을 안 하더니
오늘은 네가 웬 일이냐?
옳아, 
네 생각이 그만큼 자랐구나. 
 
아가,
무엇이 새해냐구?
네 생각이 자라서 새해란다. 

‘어린이를 위한 윤석중 시집’(1960)

 

새해 새날에 아기의 마음에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래서 아기의 눈으로 살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엄마 얼굴도 아빠 얼굴도 어제와 마찬가지다. 언니 얼굴도 그렇다. 

집안이 변한 것도 아니다. 방에 놓인 세간, 마루에 놓인 세간이 그대로다. 장독대도 어제의 장독대 그대로다. 그런데도 새해라니, 무엇이 새해인가? 나무도 산도, 하늘도 변한 것이 없는데 새해라니? 새해가 무엇인가? 아기는 궁금하다. 이때에 엄마인 듯한, 아니면 아빠인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새해가 뭐냐구? 그 전에는 아가 네가 그런 생각을 못하더니 오늘은 웬 일이냐? 옳아! 네 생각이 그만큼 자랐구나” 하는 아가에 대한 칭찬이다. 아기의 생각이 그만큼 자란 것이니, 그것이 새해라는 대답이다. 

아가의 성장에 새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기가 없고 아기의 성장이 없다면, 새해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라의 보배인 어린이의 자람이 새해의 희망이라는 뜻이다. 동시의 나라에서 어린이에 거는 기대가 참으로 크다.

시의 작자 윤석중 선생(1911~2003)은 방정환 선생을 이어서 한평생 어린이 문화운동을 한 분이었다. 서울 출생이며, 서울 교동보통학교에 다니던 열세 살부터 동시를 발표하여, ‘윤석중 아동문학 전집’ 30권을 남겼으며 세계적인 동시 시인으로 불리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시집인 ‘윤석중 동요집’(1932)과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집인 ‘잃어버린 댕기’(1933)를 내기도 했다. ‘어린이날 노래’와 ‘졸업식 노래’를 작사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20호 / 2020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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