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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계종 남북교류 지원 아끼지 말아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1.20 10:00
  • 수정 2020.01.20 10:05
  • 호수 1521
  • 댓글 0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지나간 70년을 뒤로하고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가치를, 전쟁보다는 평화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천명한 일성이다. 문화재공동 발굴, 사찰림 복원 등의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정착을 위한 기원대회’도 6월에 봉행하겠다고 밝혔다. 남북·북미관계가 정체된 상황에서 터져 나온 조계종의 메시지는 남북교류에 생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정부도 국제적 대북제재 구도 속에서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우리의 문제이니 우리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개별관광처럼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교류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역시 종교·사회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대북 제재의 틀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이라는 전제 아래 “북미보다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 김연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모두 북미보다 한발 더 나아간 대북교류 즉 ‘남북 선행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현 대북정책 기조는 분명 일리 있지만 답보상태에 놓인 남북교류를 짧은 시일 안에 속 시원히 뚫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정치역학도 고려해야 하는데다 정부의 현 대북 정책을 탐탁지 않게 보는 국내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민간교류는 국내외적 저항이 훨씬 덜 하다. 정체된 남북교류에 당장이라도 활기를 넣어 강렬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건 민간교류라는 얘기다. 그 중심에 불교가 있다.

1997년 남북공동발원문 낭독을 시작으로 남북교류를 본격적으로 주도해 온 불교계는 인도적 지원은 물론 냉각된 남북갈등 국면 속에서도 대화 창구를 열어두며 연대강화를 모색해 왔다. ‘한반도 평화’ 원력만은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행보다. 특히 금강산 4대 사찰 중 하나인 신계사 복원은 남북 불교도의 힘이 응집되면 그 어떤 대작불사도 해낼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신계사 복원 2주년 남북합동법회 당시 리규룡 조선불교도연맹 부위원장의 연설은 지금도 생생하다. “금강산 신계사는 명실 공히 6.15통일시대에 북남불교도들이 우리 민족끼리 기치 밑에 불심 화합하여 일떠세운 통일 불사의 결과물입니다.” 기나 긴 분단 속에서도 민족적 동질감을 회복하며 남북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불교가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방증한지 이미 오래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은 1994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화유물보호법’을 제정·공포했다. 문화유적에 대한 발굴 및 복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후 북한은 동명·단군·왕건왕릉을 복원했는데 금상산 신계사, 개성 영통사 복원이 가능했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4년 ‘로동신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민족유산보호사업은 우리 민족의 력사와 전통을 빚내이는 애국사업이다.”

북한불교 전문가들의 전언에 따르면 60여개의 사찰, 300여명의 스님과 1만여 명의 불자들이 있다고 한다. 국보유적 중 불교문화유산은 사찰 건축 45곳, 석물 32점, 불상 1점, 범종 2점, 등 총 80점으로 전체 국보유적의 41%다. 그리고 보존·발굴해야 할 성보·유적은 산적해 있다. 불교문화를 매개로 한 남북교류는 불교계·정부 모두에게 가능한 것이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015년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통일선언’을 발표했는데 중요한 대목이 있다. ‘진정한 통일은 땅의 통일과 함께 마음의 통일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 자신만의 견해와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비로소 화해와 공존은 가능해집니다. 그래야 상생할 수 있습니다. 통일은 마음의 본바탕인 일심과 합심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결코 우리 민족의 뜻대로만 진행되도록 놓아두지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먼 옛날 묘향산과 금강산에서, 지리산과 가야산에서 우리 민족의 스승들이 그러했듯이 이제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앞으로 내디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두 지도자 모두 그 어떤 난관도 상생정신으로 넘어서겠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남북 선행론’을 선언한 현 정부는 조계종의 남북 불교교류에 직간접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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