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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길에 차별 있어선 안된다

  • 기자칼럼
  • 입력 2020.01.20 10:02
  • 수정 2020.01.20 10:05
  • 호수 1521
  • 댓글 0

전국비구니회가 비구니스님들을 위한 전용 다비장 마련에 나섰다. 입적하신 스님의 법구를 화장하는 것은 부처님 재세시부터 이어져온 불교의 오랜 전통이다. 그러니 새삼 비구니스님 전용 다비장을 마련한다는 것이 조금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12대 전국비구니회가 이를 핵심 종책사업으로 제시한 까닭은 비구니스님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비구니스님 소속 교구본사에 다비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몇몇 원로급 비구니스님들을 제외하고는 이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 한국비구니연구소장 수경 스님은 “교구본사에서 소임을 사는 일이 드문 비구니스님들이 은사스님 등이 입적하신 후 갑작스럽게 본사를 찾아 다비를 치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비구스님들의 인식에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 벽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에두른 설명이지만 비구니에 대한 차별인식이 다비에서도 적지 않은 장애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조계종 비구니 최고 법계인 명사 스님뿐 아니라 원로 비구니스님이 입적한 경우에도 종단장 봉행 전례가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비구·비구니에 대한 차별인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비구니스님들 사이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 때문에 전통 방식의 다비를 고집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 평생 출가수행자로 정진해온 은사스님이나 어른스님과의 마지막 인사를 화장장 소각로 앞에서 올려야 하는 비구니스님들의 마음이 결코 편할 수 없음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비구니스님 부고에 영결식 장소는 공지하지만 다비식 장소는 알리지 않는 경우가 흔한 까닭이다.

“화려하고 거창한 다비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엔 다비에 사용되는 재료도 많이 개발되고 기술도 발전해 검소하고 합리적으로 전통 방식의 다비를 봉행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니 다비 여건이 갖춰진 비구니스님 사찰의 다비장을 활용해 여법하게 다비를 봉행해 드릴 수 있도록 비구니스님들의 뜻과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입니다.”

남수연 기자

하나의 종교가 성립되고 계승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주와 교리, 그리고 의례가 정립돼야 한다. 의례는 한 종교의 특징을 규정하는 기준인 동시에 종교의 가르침을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출가수행이 원칙인 스님들의 삶은 출가의례로 시작해 일상의 예불, 공양 등 모든 것이 의례 안에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출가수행자의 마지막 의례인 다비에서조차 비구와 비구니의 차별이 존재해서야 되겠는가. 비구니 전용 다비장 추진 소식을 접하며 축하하기에 앞서 ‘불성에 차별이 없다’는 부처님 가르침이 종단 안에서 진실로 구현되길 기원하는 이유다.

namsy@beopbo.com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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