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승가교육
21세기를 위한 승가교육
  • 우봉 스님
  • 승인 2020.01.20 10:07
  • 호수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젠가 교육계에 계셨던 분과 대화하던 중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교육이 화제가 되었다. 영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는 이미 코딩이 중요과목이 됐고, 향후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능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교육계와의 이해충돌로 간신히 1주일에 1~2시간 편성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나라 불교계의 당면과제 중 하나는 출가자와 신도수 감소다. 여러 가지 이유와 대책이 있겠지만 필자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왔다.

구한말 서구 선교사를 통해 근대 학교교육이 밀려들 때 우리 불교계는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부족했다. 이는 해방 이후 영어와 기독교로 훈련된 신지식인(?)들이 국가운영을 주도하도록 하는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 교육은 해방이전까지 서당에서 유교경전 교육이 중심이 되었고, 해방 이후에야 언어,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체능 등으로 넓어졌다. 그렇다보니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승려교육은 어떠한가. 승가대학의 교과목이 조선시대 교과목에서 겨우 10여년 전에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바뀌었다. 신도교육은 전무하다시피 하다가 30여년 전 도심사찰 중심의 불교대학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때 당시의 교과과정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100여년 전이나 30년 전 사람들과 지금 사람은 같을까? 동일한 지식을 필요로 할까? 핵심은 그대로일지라도 응용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은 인간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종단에서는 승려를 교육시켜 세상에 내보낼 때 그분들이 최소한 어떤 인격과 지식과 능력을 갖춘 분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 사찰에서 필요한 스님, 신도들이 모실만한 스승의 자격을 갖춘 분이 이상적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승가교육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녹여내고, 21세기에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동일한 바람을 신도교육에도 적용시켜야 한다. 신도들이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세상에 전달할 수 있는 불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업장을 녹이고 공덕을 짓는 일이 중요한 줄을 알고 인연을 아끼며 부처님 가르침이 삶의 기준이 되는 신도라면 이상적이겠다.

출가자 감소의 대안도 역시 교육에 있다. 필자가 출가할 당시에는 ‘도인이 되겠다’고 출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승가가 많이 개방되어 신비적인 이유로 출가하는 분들은 많이 줄었다. 또 당시에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이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글공부를 어려워했다면 지금 젊은이들은 글공부밖에는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출가가 매력적이라고 설득하려면 ‘출가해서 성실히 종단 교육을 마치면 매력적인 인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가령 한문이나 산스크리트어 팔리어에 능숙해지거나, 조직론을 익혀서 더 큰 규모의 일을 감당할 능력을 갖추거나, 복지나 행정을 잘 배워서 세상에 공덕을 지을 수 있고, 또는 정제된 언어와 몸가짐, 매너를 익힌 인격자가 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젊은 불자들이 단기출가라도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계속 맴돈다. 이상적인 승려를 길러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태도는 무엇이고 어떻게 누가 가르쳐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은 종단의 가장 엄중한 불사다. 보다 많은 전문가와 구성원이 모여 체계를 잡은 교육과정이 절실하다. 그래서 각 기관마다 전문화하고 특화하되, 학사운영은 보다 엄중하게 하여 목표수준을 높여야 한다. 입학과 졸업이 어려울수록 졸업장의 가치는 올라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봉 스님 서울 호압사 주지 wooborn@hanmail.net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