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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경험으로 풀어낸 일상 속 수행

  • 불서
  • 입력 2020.01.20 10:27
  • 호수 1521
  • 댓글 0

‘깨어남의 시간들’ / 이강옥 지음 / 돌베개

‘깨어남의 시간들’

선지식들은 시간과 공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선방 문고리 잡기를 주저하는 재가불자들에게 일상이 수행이라며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을 역설해왔다. 걷고 머물고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 또한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 등 그 어느 때든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선(禪) 아닌 것이 없으므로 수행의 끈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를 지켜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강옥 영남대 교수도 ‘행주좌와어묵동정’을 실천하는 이들 중 하나다. 수행으로 본인이 달라지니 일상을 다르게 꾸려가고 세상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변화된 일상의 경험은 수행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는 수행과 일상이 겹쳐지고 연동되는 대목을 소중하게 찾아내 살폈다. 그러던 중 일상 공간과 수행 공간을 오가는 중에 느끼고 깨친 바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선지식 말씀도 겸허히 담았다. 그러면서 함께 수행한 도반의 특별한 언행도 조심스레 성찰했다. 일화와 야담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우리의 일상에서 반짝이는 빛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전지적 수행자 관점에서 정직하게 바라봄으로써 그 의미를 되새기고 심화했다.

‘깨어남의 시간들’은 시간을 따라 공간을 펼치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불교수행과 ‘구운몽’ 읽기를 활용하는 우울증 수행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담할 정도로 일상 속 수행을 지속해온 그가 2001년부터 2018년까지의 수행 기록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옮겼다. 2001년 송광사, 2003년 거금도 송광암, 2010년 롱아일랜드, 2012년 부산 안국선원, 2016년 다시 송광사, 2017년 봉화 금봉암, 그리고 2018년 홍천 행복공장 등 20여 년의 수행 경험을 담아냈다.

저자는 여기서 자기 수행과 타인의 일상 관찰이 연결되는 흥미롭고 내밀한 과정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수행 문화를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자신의 관찰 기록을 독자와 공유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세상을 바라보고 관계 맺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서도 스스로 성찰한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번뇌와 갈등으로 혼탁해진 마음에서 벗어나는 길을 만날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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