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지조(共命之鳥)
공명지조(共命之鳥)
  • 김형규 대표
  • 승인 2020.01.20 11:05
  • 호수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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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정치를 탐하다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생명을 함께 공유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새라는 뜻이다. 경전에는 두 머리 중 한 머리에 샘을 낸 다른 머리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독이 든 열매를 먹었다가 함께 죽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배려와 협력을 통해 공존의 삶을 살지 않으면 결국 공멸한다는 가르침이다.

오는 4월20일 총선이 있다. 여와 야로 갈린 정치권은 피 튀기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삭발과 단식, 농성, 거리 시위 등 대화와 협치는 사라지고 험한 말과 물리적 충돌로 포연이 자욱하다.

이런 살풍경에 근심을 더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목사들이 노골적 정치참여를 넘어 이번 총선에서의 국회 진출 뜻을 밝히고 있다. 이들의 국회 진출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08년과 2012년, 2016년 도전했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는 3%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기독자유당이 2.64%, 기독당이 0.54%를 득표함으로써 가능성은 확인한 상태다.

문제는 막말과 불법시위, 선거법 위반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일련의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이 원내에 진출하게 되면 국회는 극우정치와 선교가 판을 치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불교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불교계도 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종교마다 당을 만들어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순간, 우리는 정치도 잃고 종교도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헌법 20조는 ‘정교분리’를 못 박고 있다. 아마도 이런 불행한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가 욕망이 가득한 세속정치에 뛰어든 순간 남는 것은 타락뿐이다. 이는 상식과 보편 대신 종교적 아집과 편견이 판을 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역사가 증명한다. 특히 타락할 대로 타락한 정치목사들의 국회 진출은 생각할수록 소름끼치는 일이다.

종교는 정치권의 분열과 타락을 막는 소도로 남을 때 빛이 난다. 정치도 죽이고 종교도 죽이는 공명지조의 길을 막을 수 있도록 개신교인들이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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