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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쾌락에 사로잡히지 말라

기자명 법장 스님

“쾌락은 맹독과 같아 끝없이 악업 짓게 만들어”

부부간엔 불음계에 적용 안해
그 대신 바람 피는 등 음욕엔
사랑과 배려 결여되어 있기에
가장 무거운 죄로 다루고있어

불교는 출가 수행자를 중심으로 승가라는 공동체를 운영한다. 그리고 승가의 청정함을 유지하는 것을 불교의 수호로 여기며 이러한 전통은 25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출가수행 공동체에서 가장 금기시하고 제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범망경’의 ‘제3 불음계(婬戒)’이다. 출가자의 공동체이기에 그 안에서 삿된 음행을 저지르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출가자의 율장에서는 불음계를 첫 번째 계율로 금지시키고 있으나 보살계의 ‘범망경’에서는 제3계로 두고 있다. 이는 범망경이 출가뿐만 아니라 재가자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범망경’에서도 출가자는 물론 모든 음행을 금지시키고 어떠한 경우의 음행이라도 가장 무거운 죄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재가자의 경우에는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려야하기에 불음계에 있어서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한 점이 율장과 보살계의 가장 큰 차이이다. 범망경에서 재가자, 특히 부부간에 대해서는 불음계를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삿된 마음으로 바람을 피거나 음욕에 사로잡혀 저지른 행위는 무거운 죄로 다루고 있다. ‘대지도론’에서는 “음욕은 중생을 괴롭히지는 않으나 그 마음을 속박시켜 어지럽게 하기에 큰 죄가 된다”고 했고 ‘유가사지론’에서는 “모든 욕망 중에 애욕이 가장 강하기에 그것을 다스리면 다른 욕망은 저절로 조복된다”고 했듯이 삿된 애욕이 우리의 마음을 가장 괴롭히고 어지럽게 만들기에 금지시키는 것이다.

삿된 마음은 우리를 언제나 나쁜 결과로 이끈다. 특히 애욕의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실망을 주게 된다. 최근의 여러 뉴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 전반에 걸쳐 애욕에 사로잡혀 저지른 삿된 행동이 큰 죄가 되어 주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게 한 일도 빈번하다.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처를 주어 평생을 괴롭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까지도 한다. 이처럼 애욕이란 마치 즐거움과 같이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불길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점차 이혼율이 증가하며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불음계와는 다소 다른 측면이지만 부부의 인연을 맺음에 있어서 보다 신중을 기하고 가족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깊은 사랑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는 한없는 사랑을 주고 책임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해의 차이나 사소한 문제로 이혼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면서 남겨진 아이들까지도 그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기에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것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깊은 사랑을 확인하여 인연을 맺어야 한다. 가족이란 자신 한 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깊은 사랑과 넓은 배려가 항상 따라야 한다. 그리고 ‘범망경’에서 부부간의 사랑은 예외로 두는 이유도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과 배려의 또 다른 표현은 자비심이다. 불교에서는 이 자비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비심의 표출이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한없이 배려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쾌락에 사로잡혀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저지르는 행동은 스스로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빠뜨린다. 사랑과 쾌락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르다.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는 그 자체로 자비가 된다. 그러나 쾌락은 달콤한 맹독과 같은 것으로 끝없이 악업을 짓게 한다. 순간의 즐거움에 빠져 손을 댄 욕망은 반드시 자신에게 무거운 죄가 되어 돌아온다. 그렇기에 불교에서는 욕망을 다스리고 그것을 통제하는 삶을 추구한다. 삿된 마음과 행동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 실천할 때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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