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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장보살 의지해 행복 열다

기자명 광우 스님

“늘 가위눌리던 청년, 기도와 108배로 불안증 소멸”

피곤해 보이는 다크 서클에 일주일이면 6일 가위 눌림
늘 불안하게 보였던 청년에 지장경 독송과 복짓기 숙제
몇년 정진끝에 놀라운 변화 얼굴 환해지고 마음 안정돼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몇 년 전에 어느 사찰에서 청년회 법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법회에 20대 후반의 청년 불자가 찾아 왔다. 지금도 그때의 모습이 생생하다. 허옇고 창백한 얼굴에 짙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눈동자는 불안한 듯이 흔들렸고 말을 더듬으며 차를 마실 때는 수전증 마냥 손끝을 자꾸 떨었다. 사람은 한없이 착해 보이지만 무언가 묵직한 업장이 내리 누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 속에서 연민의 마음이 올라왔다.

하루는 날을 잡아 차 한 잔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외아들이었다. 살아오면서 삶의 장애가 많았다. 특히 악몽과 가위눌림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6일은 가위에 눌린다고 했다. 내가 깜짝 놀라서 그렇게 가위에 자주 눌리는데 어떻게 견디느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익숙해서 그럭저럭 버틴다고 했다.

마음에 짚이는 바가 있어서 그에게 간곡하게 말해주었다.

“저의 말이 혹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우님의 착한 심성에 제가 아끼는 마음으로 드리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법우님의 업보가 두껍다는 느낌이 듭니다. 수행을 통해서 법우님의 업장을 스스로 닦아야만 합니다. 청년법회에 시간 맞춰서 절에 그냥 왔다 갔다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법우님! 지금부터라도 수행을 합시다.”

마음 착한 법우는 나의 조언에 흔쾌히 동의하였다. 평소에 절에 다니며 해봤던 기도법이 있냐고 물었다. 과거에 어머니 따라서 절에 다닐 때 지장 기도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3가지 숙제를 주었다.

“제가 작은 ‘지장경’ 책을 드릴 테니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매일 지장경을 조금씩이라도 읽고 매일 지장보살을 조금씩이라도 염불하세요. 그리고 평소에 절에 다니면서 복을 지으세요. 제일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을 잘 쓰는 연습을 하세요.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히 효험이 있습니다.”

나는 평소에 모든 기도 정진은 하나로 통한다고 주장하는 바였다. 그 법우가 이미 지장보살과 인연이 있기에 지장기도를 권유했던 것이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법우는 그다지 수행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가끔 절에서 마주칠 때 기도를 열심히 하냐고 물으면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그저 두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데 그 법우는 큰 장점이 하나 있었다. 매주 빠지지 않고 청년회 법회에 꼭 참석했으며 무엇보다도 법문 듣기를 아주 좋아했다.

만약 그가 법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면 부처님 법과의 인연이 더욱 멀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법회에 참석하고 법문을 즐겨 들으면서 점점 그 법우의 마음에는 부처님의 가피가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나와의 첫 만남 뒤에 몇 년이 지난 뒤, 그 법우는 점점 부처님의 인과업보 가르침과 업장 소멸의 중요성과 수행의 공덕에 대해서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본격적으로 기도에 몰입하였다. 내가 내어준 숙제대로 매일 시간을 내어 ‘지장경’을 독송하고 틈틈이 지장보살을 염불하였다. 곧잘 법당에 쌀도 올리고 초도 올리는 공양도 할 줄 알게 되었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성격인데 자발적으로 108배도 하였다. 그리고 점점 놀라운 효과가 일어났다.

수행을 시작하고 나서 가위 눌림이 점점 사라졌다. 일주일에 6일을 눌리던 끔찍한 가위가 조금씩조금씩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가위 눌림이 완전히 치유되었다. 그리고 악몽이 사라졌다. 잠을 자면 늘 귀신이 괴롭히고 무언가에 쫓기던 꿈을 꾸었는데 그런 악몽이 사라지고 꿈이 편안해졌다. 어쩌다 꿈에서 귀신이 나오면 꿈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지장보살을 외쳤다. 그러면 귀신들이 저절로 흩어졌다. 꿈이 편안하니 수면의 질도 좋아졌다.

그리고 가장 큰 효험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상시에 항상 무언가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했는데 기도를 하면 할수록 마음이 평온해졌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야 수행에 재미를 붙였다. 특히 지장보살의 대한 믿음과 신심이 크고 깊어졌다.

얼굴은 환히 밝아졌고 그늘진 어둔 그림자의 기운이 사라졌다. 턱까지 내려왔던 다크서클도 희미해졌다. 흔들리던 눈동자도 수행을 하면서 잔잔해지고 안정되었다. 말을 할 때마다 힘없이 더듬던 습관도 고쳐졌다. 법우의 말로는 경전을 많이 독송한 결과라고 한다. 그 법우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던 사찰의 종무원과 법당의 신도들이 지금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모두 놀라워할 정도였다.

‘지장경’ 기도를 하면서 스스로 ‘법화경’을 읽기 시작했다. ‘법화경’을 읽으면서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다고 기뻐했다.

나는 그에게 작년에 새로운 숙제를 주었다. 조그만 계수기를 구입해서 매일 숫자를 정해 지장보살 염불을 하라고 권유하였다. 소리를 내든 소리를 내지 않든 일단 마음을 모아 숫자를 채워보라고 일러주었다. 법우는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하였다.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지장보살 염불을 오천 번씩 불렀다. 마음을 모아 염불에 집중하니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새벽 근무에도 놓치지 않고 염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무언가 팍 터지는 느낌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희열이 생겨났다.

그 법우가 얼마 전에 내게 이런 말을 전했다.

“스님, 저는 그동안 산다는 게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늘 죽고 싶다는 우울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법을 만나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지금은 저의 인생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진심으로 정말 행복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그저 수행하라고 말로만 가르쳐주었을 뿐이다. 그가 얻은 인생의 행복은 온전히 그의 선업이요 공덕이었다. 오늘도 지장보살님을 바라보며 발원해본다.

“모든 존재들이여! 행복하소서.”

광우 스님 마음수행법회 지도법사 kgk515@hanmail.net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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