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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복 ➁

기자명 박희택

보리심이 보살심이고
보리행이 보살행이다

보살의 마음이 보리심이며
보리심을 통해 깨달음 성취
티베트 ‘입보리행론’ 중시
깨달음과 행복 관계 일러줘

경전 읽는 기쁨! 이것은 말로써 이루어진 경전을 읽어서 말을 넘어선 마음을 얻는 행복을 의미한다. 행복한 마음이다. 스스로 행복하고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마음이다. 이에 대하여 샨티데바는 ‘입보리행론’ 선정품에서 아래와 같이 통찰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들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오고,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데서 오네.”

불행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면서도 불행의 원인들을 향해 달려가지 않으려면, 또 행복을 바라면서도 무지하기 때문에 행복의 원인들을 원수처럼 물리치지 않으려면, 이타를 통해 자리를 합일하는 이타자리(利他自利)의 서원(誓願)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무지 곧 무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자리를 통해 이타를 합일하기는 난망하다.

또한 이 서원은 다함없는 무진(無盡)의 서원이어야 한다. 우리의 무명(無明)의 뿌리가 깊은 만큼 보살은 무진서원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허공계가 다하고 단 한 명의 중생이 남을 때까지, 저는 이 세상에 머물면서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는 자로 남을지이다!” 1989년 노벨평화상 수상연설에서 달라이라마가 전 세계인들을 향해 독송하여 커다란 울림을 준 ‘입보리행론’ 회향품의 경구(청전스님 번역)이다.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할 때까지 무진의 서원을 하는 것이 보살의 회향(廻向)이 된다. 보리(菩提)에 들기 위한 행은 이처럼 절실하고 결곡한 것이다. 그렇기에 보리행과 보살행은 동의어가 되며, ‘입보리행론’을 ‘입보살행론’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리심과 보살심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보살이 발하는 마음이 보리심이며, 보살은 보리심을 통해 깨달음을 성취한다. 이 과정에서 대비심이 필수적인데, 대비심은 중생들의 고통과 불행을 해탈시켜 주려는 마음이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의 항순중생원(恒順衆生願)은 이들의 긴밀한 연관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생으로 인하여 대비심을 일으키고(因於衆生 而起大悲), 대비심으로 인하여 보리심을 발하며(因於大悲 生菩提心), 보리심으로 인하여 깨달음을 이룬다(因菩提心 成等正覺)." 진실로 감동적인 진리의 말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구절을 만났을 때 수행과 실천에 대한 일체의 구름이 걷히고 광명이 쏟아지는 환희를 감득할 수 있었다.

신해행증(信解行證)과 교리행과(敎理行果)의 행자라면 항순중생원의 이 명징한 논구는 지남(指南)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깨달음은 중생에 기초하여 이루어진다는 말씀이며, 우리가 깨닫고자 하는 것은 보다 많은 중생을 해탈시키기 위함이라는 관점을 잘 보여준다.

한국불교는 무엇보다 보리심에 대한 간절함을 크게 증장시키는 발원을 해야 할 것이다. 깨달음을 향한 지향은 강하되, 보리심을 발하여 보리행을 닦아 보리(깨달음)를 이룬다는 ‘보리심론’의 맥락에 충실한 지 묻게 된다.

보리행을 닦는다 함은 ‘보현행원품’의 보살행으로서의 중생을 위한 대비심 실천을 지칭한다. 같은 품의 이보현행 오보리(以普賢行 悟菩提)를 떠올려도 되겠다. 중생들의 고통과 불행을 지식(止息)시켜 행복하게 해주고자 하는 대비심에 연유한 것이 보리심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세기 이래 현실적 핍박 속에서도 전 인류에게 사상적 희망을 전해 주는 티베트불교의 힘은 보리심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베트불교에서 ‘입보리행론’이 그처럼 중시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 논은 깨달음과 행복이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일러주는 대표적인 경전이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21호 / 2020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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