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장 진우 스님이 기본교육기관 재조정과 관련해 “늦어도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현장의 고견을 진중하게 받아들여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종단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꼽히는 기본교육기관 조정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 도산’이라는 현실 앞에 각 대학 관계자들은 나름의 돌파구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은 많은데 출생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도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내 출생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의 냉혹한 현실은 교계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한때 연 400여명이 산문에 들어섰지만 지금은 150여명 정도다. 해를 거듭할수록 출가자는 더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현재 조계종 기본교육기관은 14개의 사찰승가대학과 기본선원,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 총 17개다. 출가자들을 고루 나눈다 해도 각 교육기관은 10명도 확보할 수 없는 지경이다. 2017년도 기준 사찰승가대학의 학년별 정원 10인 이상을 충족하고 있는 곳은 단 2곳뿐이었다. 이 사실이 너무도 명쾌하게 방증하고 있다. 중앙승가대 역시 조계종 승려 분포도만 보면 정원의 50% 선이다.
해결할 묘안은 없는가? 있다. 합의가 없을 뿐이다.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사찰승가대학은 5개에서 7개면 충분하다. 기존의 사찰승가대학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논리적 이견을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관건은 어느 사찰승가대학을 폐교하느냐다. 교육원이 강제로 문을 닫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가교육의 미래를 담보하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면 이 또한 그리 어려운 선택은 아니다. 전통강원에서 지금의 사찰승가대학까지 어느 사찰이 승려교육의 일익을 담당해 왔는지 누구나 인식하고 동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원은 올해 상반기 공청회 때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것 하나만은 유념해 주기 바란다. 강원 통폐합 때 수면 위로 올랐던 ‘전통’ ‘가풍’ ‘교육의 다양성’ 등은 더 이상 힘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1522호 / 2020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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