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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 선물’, 계율·교리 정면 부정한 행위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1.28 10:08
  • 호수 1522
  • 댓글 0

지난해 5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합장 거부’로 불교계의 눈총을 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스님들에게 ‘육포 세트’를 설 선물로 보내 교계 안팎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불교계를 조롱하기 위한 고의적 꼼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육포 세트’를 받았던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등이 대외적으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연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황교안 대표의 낮은 불교계 인식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 5월 경북지역의 한 사찰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합장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황 대표가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황 대표 개인을 위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해석에 따라 ‘합장 거부’ 보다 ‘육포 선물’을 더 큰 문제로 보고 비판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었다.

불교계의 으뜸 계율을 하나만 꼽는다면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는 ‘불살생’이다. 살생과 육식은 돌이킬 수 없는 악업을 낳기 때문이다. 경전에서는 ‘자비종자를 끊는 일’이라고도 본다. 모든 생명은 나와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의 자비정신이 오롯이 배어 있는 계율이 불살생인 것이다. 따라서 제1 야당의 대표가 조계종에 육포를 선물로 보냈다는 건 불교도가 지중하게 여기는 계율을 무시한 처사로 해석할 수 있다. 계율과 교리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기에 ‘합장 거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인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의로 판단하지 않기에 이쯤에서 덮어두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수많은 갈등에 직면해 있다. 지역, 계층, 학벌, 세대, 남녀의 갈등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동선을 향해 좀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상대를 배려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야당 대표라면 더 넓은 마음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놓고 “배려 없는 선물이 어떤 사람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황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또한 모르고 한 일도 자주 발생시키면 고의로 귀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1522호 / 2020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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