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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구축과 불교계 역할

정부는 UN의 북한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민간의 방북여행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일방적 안이어서 북한이 동의하고, 이에 따른 제반 조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이 정책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미국의 한반도 간섭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는 사실 미국이 통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르트르는 ‘인간끼리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신이 인간들을 중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아직도 이 땅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그 나라의 힘에 기대어 자신을 지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남북이 최근 위기 국면에서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것은 외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분열로 인한 이 땅의 처절한 고통은 여전히 두려움과 공포로 우리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전쟁의 트라우마가 일상 속에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다. 대규모의 전쟁은 몇 세대가 지나도 상흔을 남긴다. 기억하되 그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기억의 의미를 삶에 투영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 통일문제에 불교계가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평화로운 통일이 될 때까지 그 마음과 행동이 일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북한여행에 왕래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면 불자들이 앞장섰으면 좋겠다. 먼저 그간 한 번도 북의 형제들과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분들을 모시고 갔으면 한다. 1세대들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절실하다. 이어 개성이나 평양, 금강산이나 묘향산 등 여러 지역의 고찰들을 순례했으면 한다. 독일이 보수적인 정치세력의 갖은 반대를 무릅쓰고 통일에 다가설 수 있었던 계기는 자유로운 왕래가 결정적이었다. 서독의 기독교계는 분단 후에도 동독교회와의 일치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역할을 불교계가 해야 한다. 서독은 전범 국가였기 때문에 그 벌로 동서독으로 갈렸고, 수도 베를린도 사방이 갇힌 채 양분되었다. 따라서 소련이나 서방세계는 독일의 통일에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자주적으로 통일의 로드맵을 갖고 담대하게 밀고 나갔다.

한반도의 분단은 애초에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낳지도 않은 이념이 갈라놓은 것이다.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 전력이 센 남한이 북한을 복속시킨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량살상은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어 우리를 거의 영구히 병들게 할 것이다. 평화로운 공존 속에서 과거를 이해하고 용서하면 된다. 이제는 알고 있다. 양쪽 정치세력들은 분단을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미국은 이를 이용해 무기장사를 하며, 군산복합체의 배를 불려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에 부화뇌동하며 여전히 상극의 대결구도에 집착해 반공만을 외치는 시대착오적인 부류들도 있다는 것을.

이제 대국적으로 한반도를 바라볼 때다. 북한은 친일부역 세력을 완전히 청산해 일본과의 도덕성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남쪽은 해방 후 오히려 친일세력들이 권력과 부를 독점해 민족의 정기를 말살했다. 그 결과 민주화의 길이 험하고도 멀었던 것이다. 북한 또한 폐쇄적인 고립주의 때문에 세계의 흐름과는 동떨어지고, 백성을 배고픔과 아사의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근본 모순이 끊임없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불교야말로 남북을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과 이념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방법은 무념의 심경으로 양 극단을 끌어안는 회통의 정신이다. 또한 참된 진공(眞空)의 마음으로 회복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부처님의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외침은 인간 개인만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자유와 평화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열반이 평화고, 해탈이 자유다. 이 땅의 백성들은 불법의 사회적 열반과 해탈을 애타게 갈망하고 있다.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522호 / 2020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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