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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음챙김 명상과 뇌의 가소성

“의식 변화만으로 뇌구조 근본적 변화 가능”

하버드 의과대학 피아노 실험결과
상상하는 것만으로 운동피질 증가
명상으로 마음에 자비심 가득하면
더 친절하고 덜 방어적으로 변화

불교는 우리가 왜 괴로움과 고통에 빠지며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괴로움과 고통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핵심 수행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다.

우리가 늘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규칙적으로 꾸준히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괴로움은 최소화하고 삶의 만족도는 최대한 높일 수 있다고 불교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수행은 뇌를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킨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뇌가 선천적으로 가소성(可塑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구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충분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생활하는 동안 감각 기관을 통해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에 대해 반복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새로운 신경 연결통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는 성인이 되면 경직되고 형태와 기능 면에서 고정되어 뇌의 굳어진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뇌는 사용하는 만큼 변화한다.

한 예로,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아주 복잡한 수도의 모든 거리에 대한 위치와 구획 도를 학습하는 방대한 과제를 수행한다. 그들의 뇌를 보면 운행에 필요한 공간 기억과 관련된 뇌의 해마가 보통 사람보다 더 크게 성장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타, 골프, 저글링 같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도 뇌의 변화가 생긴다. 주의를 집중해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더 쉽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반복할 때마다 뇌가 더 강하고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배우고 성장하며, 뇌의 신경망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과학자들의 실험에서 뇌의 가소성과 관련하여 더 놀라운 일이 밝혀졌다. 실험 참가자의 한 그룹은 일주일 동안 매일 직접 피아노 연습을 하게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마음속으로만 손가락을 움직여 피아노 연습하는 것을 상상하게 했다. 일주일 후 검사에서 예상했던 대로 실제로 연습한 참가자 그룹에서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뇌 영역의 운동 피질이 커져 있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마음속으로만 피아노를 연습한 참가자 그룹의 뇌에서도 마찬가지로 운동 피질이 증가해 있었다는 점이다. 단지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 연구에서는 외부 환경에 의해서, 의식의 변화를 포함한 심적 상태의 변화에 의해서도 뇌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불교 가르침과 상통하며 바로 불교의 핵심이기도 하다. 불교는 인간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흐름 속에 있는 것으로 본다. 계속 변한다는 것은 고유한 본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이 불교의 가르침, 즉 공에 해당한다. 고유한 본질이 없다는 것은 마음과 자아 모두 변화의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과거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본질 자체는 원래 텅 비었으므로 자신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

불교는 2500년 동안 주의집중과 의지력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독립된 힘을 마음이 가지고 있다고 가르쳐 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단지 생각만으로 뇌 자체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반갑다. 하지만 뇌의 가소성도 꾸준한 주의집중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의심과 증오심을 일으키는 뇌의 회로를 자비심과 이타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뇌의 신경가소성과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우리 자신의 마음 수행을 통해 더 친절하고 더 자비로우며, 덜 방어적이고 덜 자기중심적이며 덜 호전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22호 / 2020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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