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한현정의 ‘가출한 반달가슴곰’
72. 한현정의 ‘가출한 반달가슴곰’
  • 신현득
  • 승인 2020.01.28 15:32
  • 호수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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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추적기 안 잡히는 아기곰 걱정
아기 찾아달란 어미곰 마음 담은 시

자취 감춘 반달가슴곰 발견 후
지리산을 보호지역 지정 보호
멸종 위기 외척이란 생각 갖고
반달무늬 곰 모두 함께 지켜야

우리나라에는 옛날 옛적부터 많은 곰이 살고 있었다. 우리의 속담에 곰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곰 같은 사람, 곰 발바닥 핥기 등 모두 성질이 느긋한 사람이 하는 행동을 견주어서 말하는 속담이다.

곰은 우리나라 첫 이야기인 건국신화에 호랑이와 같이 등장한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과 호랑이가 있었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환인(도리천의 왕인 제석환인)의 왕자 환웅(桓雄)이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개를 주어서 먹게 하고, 100일 동안 굴 속에 숨어, 햇빛을 보지 못하게 했다. 성질이 느긋한 곰이 매운 마늘, 쓴 쑥을 찬찬히 다 먹고 어두운 굴속에서 100일 단식을 끝내었다. 그러자 화하여 예쁜 아가씨가 되고,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의 어머니가 되었다.

“알고 보니 한민족은 모두 느긋한 성질을 가진, 곰의 외척이네.”

그 말이 맞다. 여기에 힘차고 끈질기다는 칭찬을 곁들여야 한다. 우리의 외척이라 할 만큼 흔하던 곰이 우리나라 산에서 멸종이 됐으니 어쩐 일일까? 동시 한 편을 읽으면서 생각하자.


가출한 반달가슴곰 / 한현정

우리 아기 좀 찾아주세요!
이름은 KM-53
나이는 3살
성별은 남자.
사는 곳은 지리산.
하얀 반달무늬가 그려진
까만 털옷을 입고 있어요.
“나에게 자유를 달라!”
그렇게 외쳐대더니
문자 한통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네요.
이번이 두 번째 가출인데
찾으면 아예,
자기가 살고 싶은 곳으로
이사를 시켜 줄까 봐요.
그곳에서 늘어지게
겨울잠이나 자게요.

한현정 동시집 ‘후비적 후비적’(2019)

 

곰은 우리나라 산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산짐승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에는 가슴에 반달무늬를 지닌 ‘반달가슴곰’이 흔했던 것이다. 그러던 곰이 자취를 감춘 것은 총포로 산짐승을 마구 잡게 했던 일제강점기의 일이라 한다.

그러다가 2000년 어느 날 방송에서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한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취재해서 전국에 방영한 일이 있었다. 동물애호가와 정부는 이 기쁜 소식을 확인한 다음, 지리산을 반달가슴곰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반달가슴곰 보호에 나섰다.

먼저 반달가슴곰마다 이름(코드네임)을 짓고, 위치 추적기를 몸에 달아서 곰의 현재 위치를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곰의 가족은 수십 마리로 늘어났지만, 어쩌다가 몸에서 추적기가 떨어져 나간 가족은 위치를 알 수 없어서 어미곰과 조사원을 안타깝게 한다.

시에는 위치 추적기에 잡히지 않는 KM-53 아기곰을 걱정하면서 가출한 아기곰을 찾아달라는 어미 곰의 애타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름은 KM-53, 나이는 3살, 성별은 남자란다. 사는 곳은 지리산. 하얀 반달 무늬가 그려진 털옷을 입었단다. 우리 모두 나서서 아기 반달가슴곰을 찾아주자! 멸종위기의 외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의 작자 한현정(韓賢貞) 시인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동시집으로 전기한 ‘후비적 후비적’(2019) 외에 ‘고자질쟁이’(2017) 등을 출간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22호 / 2020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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