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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호법부, 고운사 사태 더 이상 외면 말아야

  • 기자칼럼
  • 입력 2020.01.31 21:26
  • 수정 2020.01.31 21:29
  • 호수 1523
  • 댓글 23

얼마 전 경북 안동에 있는 한 사찰 주지스님과 새해인사를 나눴다. 스님은 반가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스님이 속한 교구본사인 고운사 문제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스님은 “신도들에게 창피해서 말을 못 하겠다. 모처럼 종단이 안정되는가 싶었는데 또 시끄러워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 스님뿐 아니라 최근 고운사 주지스님의 성추문 및 폭력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종단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12월 고운사 정상화 비상대책위가 “자현 스님이 사찰 내에서 여성종무원과 범계행위를 했고, 심지어 총무국장스님과 폭력을 행사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고운사 신도들은 잇따라 상경시위를 진행하며 총무원 측에 “고운사 주지스님과 총무국장의 징계”를 촉구했다.

그러자 논란의 당사자인 고운사 총무국장 성오 스님은 1월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고운사 주지스님의 성추문 및 폭력의혹은 교구장 스님에 대한 서운함이 커 모함을 했던 것일 뿐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성오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리를 떠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근접한 거리에서 지켜봤던 전 호법국장 혜산 스님은 1월29일 “성오 스님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혜산 스님은 “성오 스님이 자현 스님과의 폭행사건이 있었던 날 병원응급실에 함께 있었고, 성오 스님으로부터 자현 스님의 성추문 의혹 녹취파일을 세 번이나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자현 스님의 성추문 및 폭력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는 사이 고운사 신도들은 ‘주지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항의를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조계종 원로스님들도 최근 총무원에 “조속한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조계종 총무원은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총무원 호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호법부가 세간의 사정기관처럼 수사권이 없어 구체적인 증거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 문제를 조속히 결론내리지 못하고 방치한다면 호법부는 종단의 사정기관이라는 권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호법부보다는 사회법에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조계종은 종단운영의 자율권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제라도 호법부는 자신들에게 부여된 조사범위 내에서라도 고운사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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