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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정당해도 결과 부실하면 무능

목적이 좋다하여 잘못된 수단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민주를 실현하기 위해서 비민주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떤 수단을 쓴다는 것은 그 수단에 깃든 성향을 형성하는 것이기에 비민주적인 방식으로는 민주를 정착시킬 수 없다. 반대로 수단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정당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목적을 성취시킬 수 있도록 여러 보완적인 방법들을 동원하여 목적이 성취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이것이 민주적인 방법이다”하면서 고지식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밀어붙인다고 민주가 성취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정권이 추구하는 목표와 방식에서 많은 문제점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강하게 말한 부동산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면 아주 간단히 이룰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 예를 들어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등에 초고층 아파트를 대량으로 지어버리면 문제가 해결된다.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 수단이 목적을 어그러뜨린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목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막겠다는 것인데, 위의 방법을 쓰면 지금까지 부동산을 통해 가장 크게 불로소득을 얻어왔던 그 특정지역의 부동산 소유자들이 또다시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그래서는 이 정권 자체의 정체성이 흔들려버릴 것이다.

결국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강구해야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원칙은 투기의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큰 세금을 부과하는 길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그 방식을 바로 밀어붙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요, 그 움직임의 영악함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묘하게 구멍을 찾아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틈만 있으면 치명적인 반격을 가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정권은 그런 영악함을 너무나 가볍게 보아왔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이 옳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참으로 그 목적을 성취시키기 위한 수단을 너무도 가볍게 내민 일들이 많다. 목적에 역행하는 수단을 내세운 적은 별로 없는 것을 그래도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도 많으니, 그것은 무능하다고 비판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대학 시간강사를 보호하려는 정책을 썼는데, 그 결과 시간강사들이 밥줄을 잃게 되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정책을 쓰니 비정규직으로나마 연명하던 사람들이 대거 자리를 잃었다. 평등을 지향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것이 이 정권의 기본 지향이기에, 그런 목표를 위한 정책 시행은 당연하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이런 정책을 쓰면 이런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결국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결국 사회적 약자층 조차 외면하고 반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 아무리 나는 이런 목적으로 움직인 것이라 변명해도 구차스러울 뿐인 것이다. 그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정치라는 것은 결국은 결과를 중시하게 마련이다. 수단이 되는 정책의 정당성 확보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 기본을 이룬 다음에 여러 정치적인 상황과 변수를 고려하고, 자본주의의 영악성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는 철저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정권의 정책들은 기본 중의 기본에 겨우 머무는 수준이 아닐까? 너무 혹독한 평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적한 것과는 반대의 결과를 내게 되면 오히려 그 동기의 정당성조차도 부정당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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