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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

  • 교계
  • 입력 2020.02.03 14:15
  • 호수 1523
  • 댓글 0

박상국 원장, 최근 펴낸 저서서 강력 주장
“최이 지문 잘못된 해석으로 목판본 돼”
획 뭉침‧농담 차이 등 금속활자 특징 명확

최태호 충북대 목재종이학과 교수도 “공인본(A) 분석 결과 좌우 사주에서 목판본의 할렬과 유사한 홈이 관찰됐으나 자획 상에서는 목판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목리문, 할렬 및 탈락이 관찰되지 않아 목판본인 삼성본(B)과 다른 인쇄 특징을 나타낸다”며 “공인본은 금속활자본이기 때문에 삼성본의 빈번한 할렬이나나 목리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태호 충북대 목재종이학과 교수도 “공인본(A) 분석 결과 좌우 사주에서 목판본의 할렬과 유사한 홈이 관찰됐으나 자획 상에서는 목판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목리문, 할렬 및 탈락이 관찰되지 않아 목판본인 삼성본(B)과 다른 인쇄 특징을 나타낸다”며 “공인본은 금속활자본이기 때문에 삼성본의 빈번한 할렬이나나 목리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본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최근 펴낸 ‘남명천화상송증도가-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의 탄생’(김영사)에서 “보물 제758-2호로 지정된 공인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1239년(고종 26) 제작된 세계 최초이자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라고 주장했다.

박상국 원장에 따르면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세계 최고라고 알려진 1377년 청주 흥덕사 간행 ‘백운화상불조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앞선 1239년, 수선사에서 찍어냈다. 현존하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모두 10여종으로 전해지는데 그중 4책이 동일본으로, 목판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출판박물관에 소장 중인 삼성본(보물 제758-1호), 공인박물관에 소장 중인 공인본(보물 제758-2호), 대구 스님 소장본(문화재 신청 중), 개인 소장본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중 공인본은 금속활자본이고 다른 책은 목판본각본으로 각기 다른 판본이라는 게 박 원장의 주장이다.

문화재청 정보에 따르면 공인본은 1239년, 당시 최고 권력자인 최이(?~1249)가 금속활자본을 본보기로 삼아 목판을 만든 뒤 다시 찍은 번각본이다. 기존에 학계에서 최이의 지문 가운데 ‘於是募工 重彫鑄字本(어시모공 중조주자본)’이라는 문구에서 ‘중조주자본’을 “금속활자본을 다시 목판에 새기다”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원장은 견해는 다르다. 이는 “‘이에 공인을 모아 주자(금속활자)로 다시 간행한다’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1931년 경성제국대학에서 열린 ‘조선활자인쇄자료전’에 최초로 출품되면서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당시의 도록에 최이의 지문이 처음 소개됐다. 이 지문은 1954년 서울대 등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도 모두 번각본으로 소개됐다.

박 원장은 “공인본이 삼성본과 동일본이 아니고 금속활자본임에도 동일한 목판본으로 결론 내린 것은 공인본과 삼성본 권말에 붙은 최이의 지문을 번각본 지문으로 오해한 탓”이라며 “무엇보다 공인본은 삼성본과 동일한 목판본이 아니라는 증거들은 각 장의 좌우 광곽과 글자 등에서 무수하게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최이의 지문 탓으로 공인본은 삼성본과 동일본으로 판정돼 공인본에 획이 끊어지거나 탈락된 현상 모두를 나뭇결이 나타나는 번각본의 후쇄본으로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공인본에 나타난 금속활자의 특징에도 주목했다. 공인본에는 주조 기술 미비로 야기된 획 뭉침이나 탈락이 많고 특히 글자마다 균등하게 주조되지 못해 농담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본은 판면이 평평한 목판에서 간행한 것이므로 농담의 차이가 없고 목재가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현상인 할렬(割裂)이 많이 보인다.

공인본에는 초창기 금속활자본의 특징인 너덜이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 원장은 “공인본에는 쇠를 불에 달구어 불릴 때 달아오른 쇠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활자에 달라붙어 생기는 너덜이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너덜이가 붙어 획이 이상하게 굵어지기도 하고 먹이 뭉친 것처럼 보이는 글자들을 찾을 수 있다”며 “이는 초창기 기술 미숙으로 생긴 현상으로 목판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글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국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의 문화적 자존감을 높여주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주었지만 면밀한 검토 없이 역사가 왜곡됐다는 점에서 이제는 우리나라 인쇄 역사를 다시 쓰고 오해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관리국 전문위원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한 박상국 원장은 고려대장경과 불교서지학 분야의 권위자로  ‘해인사대장경판 재고찰’ ‘대장도감과 고려 대장경판’ ‘고려대장경의 진실’ ‘전국사찰소장 목판집’ ‘고려대장경판의 판각과 남해’ 등 논문과 저술이 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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