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역 지방의 동측에 위치한 투르판은 불교가 번영했던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였다. 사통팔달의 지리적 조건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가 만나고 전파되는 교류의 장소였고, 다양한 지역과 교육을 하면서 부를 축적한 곳이다.
이처럼 경제적‧문화적 발전을 이룬 투르판에 거주하던 다양한 민족들은 각자 신앙하는 종교시설을 조성하고 내부를 장엄하며 종교문화까지 발전시켰다. 이때 불교인들은 하절기와 동절기의 혹한과 혹서가 반복되는 열악한 자연조건을 극복하고, 보다 효율적인 불사를 진행하기 위해 계곡의 암벽에 석굴을 만들고 사원을 운영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투르판 지역은 4세기경부터 그렇게 석굴사원을 만들면서 동시에 불교미술 역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 지역 불교미술은 9세기 중엽 위구르인들이 몽골초원에서 남하해 투르판 지역에 위구르 왕국을 건설하고 불교에 귀의해 이를 국교화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위구르 왕국이 정치‧군사‧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주변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13세기 중반까지 동아시아 불교미술도 함께 발전했다. 동서의 문화를 아우른 위구르 왕국 불교미술 역시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불교문화 발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곳 석굴사원에 남아있는 벽화와 새로운 발굴조사 경과, 그리고 각국의 탐험대들이 본국으로 가져간 유물들에 대한 보고서 및 연구 성과물을 통해 위구르 왕국의 불교미술 진면목과 문화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비전공자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지역 명칭, 석굴 편호나 편년 등이 각기 다르게 기록되고 있다.
이에 중앙아시아 불교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조성금 박사가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를 적극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하나로 묶었다. 그래서 ‘실크로드의 대제국 천산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는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가 불교문화의 확장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그 과정을 밝히고 실크로드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까지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자는 평면적 불교회화의 도상파악에 그치지 않고, 당시 석굴 조성자의 의도를 파악해 입체적 복원을 시도했다. 특히 20년간 중앙아시아연구와 답사에서 얻은 미공개 혹은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던 중앙아시아 지역의 불화들을 최고의 화질로 담아내려 노력했고, 불화와 경전에 집중해 새롭게 도상과 도상학을 제시했다. 저자의 오랜 연구 성과를 담은 책은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 길라잡이라 할 만하다. 더불어 한국불교회화의 기원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3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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