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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바라문 청년의 고정관념 깬 부처님 가르침서 시대의 희망 찾다

  • 불서
  • 입력 2020.02.03 15:00
  • 호수 1523
  • 댓글 0

‘붓다와 청년의 대화’ / 비구 감비라냐나 역해 / 민족사

‘붓다와 청년의 대화’
‘붓다와 청년의 대화’

“바라문들은 재가자의 생활은 번잡하고, 많은 의무, 많은 업무, 많은 활동을 하므로 많은 결실이 있다. 그러나 출가자의 생활은 간소하고 적은 의무, 적은 업무, 적은 활동을 하므로 적은 결실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에 대해 고따마님은 어떻게 말씀하십니까?”

“바라문 청년이여, 그것에 대해 나는 분별하여 말합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한가지로만 말하지 않습니다. 바라문 청년이여, 생활이 번잡하고 많은 의무, 많은 업무, 많은 활동을 하더라도 바른 실천을 하지 않으면 결실이 적습니다.(중략)바라문 청년이여 생활이 간소하고 적은 의무, 적은 업무, 적은 활동을 하더라도 바르게 실천하면 결실이 많습니다.”

인도의 바라문들은 자신들만이 최상의 계급이고 밝은 계급이고 청정하고 범천의 아들이고 범천의 상속자들이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이었다. 그러한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이른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청년 수바가 부처님을 찾아 자신이 나고 자라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드러내 물었고, 부처님은 이에 자세하게 그 생각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답을 제시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위 금수저를 잡고 태어난 이들이 있고,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바라문 청년 수바도 그랬고, 그러한 사상의 바탕에서 부처님께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이 책 ‘붓다와 청년의 대화’는 부처님과 바라문 청년 수바의 대화로 이루어진 ‘맛지마니까야’의 ‘수바경’ 전문을 번역하고 해설했다. 역해자가 일부 다른 경전의 내용을 인용해 친절하게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부처님과 금수저 집안의 청년이 묻고 답하는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헬조선을 외치고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탄식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젊은이들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 적지 않다. 저자 감비라냐나 스님 역시 “현대사회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계층 간의 갈등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처님과 청년의 대화가 삶의 기조를 돌아보게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책의 1장과 2장에는 바라문의 실천과 관련된 수바의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답변이 담겨 있다. 먼저 바라문 청년 수바는 바라문의 삶이 더 우월하다는 의식을 내비치며 ‘재가자는 바른 방법을 얻지만 출가자는 바른 방법을 얻지 못한다고 하는데 고따마는 어떻게 말하느냐?’고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이에 부처님은 재가자나 출가자의 문제가 아니라 바른 실천을 하느냐 실천을 하지 않느냐의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부처님은 바로 이어서 바른 실천과 높은 마음의 계발에 대해 단계적으로 설명했다. 책은 이때 부처님 설명을 3장 감각적 욕망으로부터의 벗어남, 4장 선정, 5장 보시와 자애로 각각 구분해 전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교학과 수행의 연결, 출가의 삶과 재가의 삶의 연결, 인도사회와 한국사회의 연결, 우리사회에서의 계층 및 세대 간 연결을 염두에 두며 그 연결고리를 찾고자 노력했다. 따라서 소통 부재에 따른 단절과 대립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현대인들에게 생각과 삶의 방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에서 미래 희망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1만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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