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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여래(藥師如來)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질병

고향 천변에는 박쥐가 많았다. 저녁이 되면 박쥐들이 떼로 날았다. 아이들은 어두워지면 장대를 흔들었다. 장대에 부딪친 박쥐가 땅에 떨어지면 한약방에 팔았다. 한약방 할아버지는 약으로 쓴다고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박쥐를 본적이 없다.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억 속 박쥐가 소환된 것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후베이성은 전염을 막기 위해 원천 봉쇄됐고, 각국은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을 구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진원지로 박쥐가 의심되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다. 박쥐 먹는 중국인의 모습이 세계로 공유되며 미개하다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 혐오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의 식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서구의 지독한 편견일 뿐이다.

2000년 이후 우리와 밀접한 3대 바이러스는 사스(2002)와 신종플루(2009), 메르스(2012)였다. 이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것은 미국 샌디에고에서 발생한 신종플루였다. 사스가 774명, 메르스가 521명 사망한 데 반해 신종플루 사망자는 10만7939명이었다. 피해지역도 사스와 메르스는 특정지역인데 반해 신종플루는 지구촌 전체였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미국을 미개하다 비난하지 않는다.

새로운 질병이 생길 때마다 인류는 지혜를 모아 극복해왔다. 그래서 흑사병이나 콜레라처럼 인구의 절대다수가 죽어나가는 큰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바이러스가 생길 때마다 창궐하는 특정 나라와 지역, 사람에 대한 혐오와 공포다. 세계가 중국을, 서구가 아시아를, 중국인들이 우한시를, 구출된 우리 교민에 대한 국내의 따가운 시선은 치유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약사여래는 질병을 치료하시는 부처님이다. 그래서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 불린다. 중생의 가장 큰 질병은 무명(無明)이다. 어두워 알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들. 바이러스는 곧 극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혐오와 편견 같은 마음의 병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창궐할 것이다. 약사여래의 위신력이 필요한 시절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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