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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복 ③

기자명 박희택

육바라밀은 이타자리의 행으로 구성

보시와 지계는 이타이고
인욕과 정진은 자리이며
선정과 지혜는 이타자리
이것이 대승불교의 요의

깨달음을 행복과 관련지어 이해하는 관점은 참신하다. 보살은 이타를 통해 자리를 합일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체득하고 있으며, 이 같은 보살행(보리행)을 통하여 깨달음을 성취한다. 깨달음을 일체지(一切智) 내지 정변지(正遍智)라 함은 ‘전체를 봄’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타인을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자신도 행복하게 됨을, 타자일미(他自一味)임을 명료하게 아는 것이다.

‘입보리행론’의 체계는 보리심(제1,  3-4품)과 보리행(제5-9품)을 양축으로 하고 있다. 제2품 죄업참회품과 제10품 회향품은 보리심과 보리행의 원만한 성취를 돕는 요소라 하겠다. 보리심의 공덕을 찬탄하고(제1품), 보리심을 발하며(제3-4품), 육바라밀을 실천하는(제5-9품) 보살의 삶이 참으로 간절한 목소리로 설해져 있다.

제5품은 지계품이다. 육바라밀의 첫 실천인 보시는 제3품 보리자량품 제11-22절에 보인다. 이 중 제21-22절은 중생들의 행복을 위한 보살의 간절함을 결정적으로 노래하고 있는데, 달라이라마는 이 두 절을 해설하면서 곧잘 목이 메인다고 한다. 제22절을 최로덴님의 번역으로 함께 독송해보기로 하자.

“더불어 허공 끝이 다하도록, 유정 세계에 끝없이 펼쳐지는, 이 모든 슬픔(고통)을 다 벗어날 때까지, 제가 이들 삶의 원동력이 되게 하소서.”

중생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원동력이 되려는 보살의 서원이 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보리행을 닦게 하며 보리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런 보살의 서원구조는 ‘보리심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들머리에서 “명관을 탐하는 자는 명관을 구하는 마음을 발하여 명관을 다스리는 행을 닦아야 하고, 재보를 탐하는 자는 재보를 구하는 마음을 발하여 재물을 경영하는 행을 지어야 한다”고 일상 세간사의 쉬운 비유로 설득력을 높이면서, “보리를 구하는 자는 보리심을 발하여 보리행을 닦아야 한다(所以求菩提者 發菩提心 修菩提行)”고 또렷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리심론’은 보리심의 행상(行相, 마음에 나타난 형상)으로 행원(行願)과 승의(勝義)와 삼마지(三摩地)의 삼문을 든다. 이 삼문을 순서대로 정-지-의(情-知-意)로 이해할 수 있고, 비-지-용(悲-智-勇)으로 볼 수도 있으며, 계-혜-정(戒-慧-定)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삼마지는 정(定)인데, 이를 이루려면 단혹수도(斷惑修道)의 용(勇)이 의(意)로서 필수적이다.

행원보리심이 선행되고 있는데, 이 보리심은 중생들을 이락(利樂, 이익과 안락)으로 인도하는 마음이다. ‘보리심론’은 중생들을 보리에 들게 하는 것을 이익으로, 대비로써 구제하는 것을 안락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깨달음과 행복의 일체성을 ‘이락’이란 표현 속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보행왕정론’에는 안락해탈품이 있는데, 이 ‘안락해탈’ 또한 이락에 준하는 용례라 할 것이다.

한편 ‘보리심의’에서는 무상보리심을 발하여 모든 중생들을 요익하게 하기 위하여(爲欲饒益諸有情), 육바라밀을 실천하여 무상보리를 증득하게 한다(修六波羅蜜 證得無上菩提)고 명시적으로 육바라밀과 깨달음의 인과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입보리행론’의 경전체계와 정히 상합된다.

육바라밀은 이타자리의 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시와 지계는 이타이며, 인욕과 정진은 자리이고, 선정과 지혜는 이타자리가 된다. 이를 ‘보행왕정론’ 정교왕품 제85절은 “보시와 지계로써 이타하며(由施戒利他), 인욕과 정진으로써 자리하고(忍進爲自利), 선정과 지혜로써 자타를 해탈(이타자리)하니(定慧脫自他), 이것이 대승의 요의이다(略攝大乘義)”고 명쾌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또한 제86절에서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간략히 말하면(略說佛正敎), 이른바 자타의 해탈이며(謂解脫自他), 이는 육바라밀을 장으로 삼는 것인데(此六道爲藏), 어떤 사람이 이것을 버리겠습니까(何人能撥此)!”하고 반문하여 강조한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23호 / 2020년 2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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