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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찾아 한국 온 4살 소녀의 눈물겨운 사투

  • 상생
  • 입력 2020.02.07 19:12
  • 호수 1524
  • 댓글 1

네팔 이주민 자녀 4살 사르감 볼거리 후유증으로 얼굴 괴사
비자만료 등으로 병원비 막막…부모 “함께 뛰어놀 날 꿈꿔”

4살 소녀 사르감은 볼거리 후유증으로 피부과 괴사된 상태로 염증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네팔 이주민의 딸인 4살 소녀 사르감에게 이상징후가 발견된 것은 설을 며칠 앞둔 주말 저녁이다. 주말 내내 턱밑이 퉁퉁 부어오르며 체온이 40도를 웃돌았다. 끙끙 앓은 후 들른 병원에서 해열제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며칠째 큰 차도가 없었다. 사르감은 설 연휴 동안 진료를 받지 못한 채 극심한 통증과 고열을 견뎌내야 했다. 단순한 발열 증상이 아님을 감지한 아빠 비스누(35)씨는 명절 후 다시 병원을 찾았고 볼거리라는 진단을 받았다.

볼거리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유행성 전염병으로 최근에는 대부분 자연치유되는 병이다. 하지만 사르감은 상태가 매우 악화된 상황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유아 시절 네팔에서 지내며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기에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수술만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사르감에게 더 큰 시련이 닥친 것은 수술 직후다. 수술 부위에 괴사가 나타났다. 꿰맨 자리가 아물지 않고 염증으로 계속 터지기를 반복했다. 소아과에서 이비인후과, 피부과까지 오가며 소독과 항생제 치료를 계속 이어갔지만 피부 괴사는 멈추지 않았다. 상처가 아물지 않고 터지기가 반복하길 여러 차례. 일주일 만에야 염증의 원인을 잡았다. 하지만 사르감의 턱밑은 이미 상당부분 괴사된 상태였다.

하루에 네 차례씩 항생제 투여와 소독을 해야 한다. 4살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큰 고통이다. 그래서일까. 사르감은 검진을 위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의료진만 봐도 울음을 터뜨린다. 비누스씨는 그런 사르감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가 아픈 상황도 그렇지만 급속도로 악화된 자금 상황은 비누스씨의 가슴을 턱턱 막히게 한다. 2개월 전 일을 그만두며 의료보험은 정지됐고 비자만료도 눈앞에 다가온 현 상태에서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패혈증이나 뇌수막염 등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어떤 치료에 얼마나 비용이 더 들어갈지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에 온 지 4년9개월. 3남 1녀 중 장남으로 어려운 집안형편에 중학교를 중퇴해야 했던 비누스씨는 찢어질듯한 가난으로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집에서 입을 하나라도 덜고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 온 날부터 최근까지 농장에서 쉬지 않고 일했고 농장 한편에서 숙식하며 모은 돈은 모두 부모님 병원비와 동생들 학비로 쓰였다.

결혼 직후 한국에 온 비누스씨는 사르감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빠가 보고 싶어 어렵게 한국에 온 딸아이와 행복한 한국생활을 할 줄 알았기에 여유자금이 전혀 없는 상태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사회복지단체 등에 발이 닳듯 찾아다녔지만 한결같이 돌아오는 대답은 “지원 불가”라는 말뿐이다. 쌓여만 가는 병원비 생각에 긴 한숨만을 내뱉는다.

“저는 사르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손 내밀 곳조차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픕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료가 끝날 때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단기 임시비자를 받게 된 것이다. 그마저도 불확실했던 지난 며칠 동안 비누스씨는 단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밤새 병실을 서성였다. 비누스씨는 딸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르감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어서 나아 함께 뛰어놀자.”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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