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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총림 방장 달하 스님 기해년 동안거 해제법어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20.02.10 11:15
  • 수정 2020.02.10 11:18
  • 호수 1524
  • 댓글 0

"시끌벅적 세상바다 돌아보니 내 가슴"

달하 스님.
달하 스님.

동안거 마치고 문을 여니 산천이 봄이로다. 설레는 봄, 물 오르는 산천, 야! 이 물건이여, 마하반야바라밀!

“위없는 보리가 이것으로 쫓아나니 만길 언덕위에 외발로 섰도다. 동과 서, 남과 북을 묻지 마라. 달마가 조계의 길을 알지 못하도다. 한 비결이 있으니 주장자를 세워 법상을 친다.”(만공 스님 법어)

분별 전, 이름 붙이기전, 새벽의 별무리 시원함이 세상을 덮어 한 없이 편안하다. 생명의 심장이 둥글둥글 친절하다. 지심인가 삼계대사요 사생자부로다. 시동이 걸려 절실해지니 백억부처님이 무심해졌네. 여름이면 북쪽으로 겨울이면 남쪽으로 앉던지 서던지 문수요 보현에 무슨 사족을 붙일 것인가.

만장설색 수상리(萬丈雪色 雖相異)

천리월광 본일색(千里月光 本一色)

만장의 눈빛은 서로 다르나 천리 달빛은 근본이 한 빛이네.

우리 때는 해제하면 어디로 갈까 망설여도 갈 데가 없었다. 결국 은사스님이 계시는 본사를 서 공양주를 자청했다. 철철이 그랬다. 그때는 해제철에 산철결제 하는 데가 없었다. 부처님 가피가 절실할 때는 아무도 몰래 마음에 드는 도량에 가서 한바탕 기도를 했다.

스물세살 때 동화사 금당에서 가행정진 결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충격이었다. 이럴 수가 없었다. 대웅전으로 올라가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종일 염불을 해도 지치지가 않았다. 땅이 힘이 없으면 나무가 생기가 없듯이, 영혼이 확실하지 않으면 뻐꾹새만 울어도 태산 같은 허망이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관세음보살 부르고부터는 허전한 마음이 없어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관세음보살을 불러라! 부르는 놈이 나타난다. 백천만번 관세음보살을 불러라! 르기 직전의 마음 바다를 본다. 한 번 보고나면 급한 것이 없어지고 허덕거릴 일이 없어진다. 시간이 없어지고 관세음보살 부른 적이 없어지면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가 나타난다. 사람이 달라져서 세상에 도움이 되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밉던 사람도 어떻게 도와줄까로 바뀐다. 상대가 없어지고 억지가 떨어진다.

해제하면 관세음보살 기도에 폭신 빠져봐라. 목탁소리에 환희심이 붙어 호흡길이 터질때까지 목탁을 쳐봐라. 목탁을 칠 줄 알게 되면 목탁소리 머리에 이놈을 보게 된다. 두두물물 머리머리에 이놈을 보게 된다.

옆 사람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오고, 옆 사람이 부처님이라는 생각이 온다. 자비심이 터득이 되고 평생 화두가 간택이 된다. 공안이 간택이 되면 마음 뺏길 일이 없어진다. 아무리 바빠도 원래가 한가하다.

위타위기수미선 개시윤회생사인(爲他爲己雖微善 개시輪廻生死因)

원입송풍라월하 장관무루조사선(願入松風蘿月下 長觀無漏祖師禪)

세상 위하는 일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생사인이로다. 솔바람 밝은 달아래 이뭣고?

총총한 별무리 첫 새벽 샘물을 떠서 종일 이 물을 먹는 것이 지혜다. 생각머리 소리머리가 새벽 물, 대종소리같은 우주탄생의 폭발력이다. 이 힘은 언제나 정월 초하루요, 새 맛이다.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어라! 시끌벅적 세상바다가 돌아보니 내 가슴이다. 듣고 보는 자리가 관세음보살이요, 오온이 달덩이 굴리는 원동력이다. 한마디 관세음보살이 지심이요, 쉬어진 곳이요, 꽃잎처럼 연약한 상처들이 치료가 되는 대비심이다.

어느 날 은사스님께서 ‘이륙시중 부작일물(二六時中 不作一物)’이라고 휘호해주셨다. ‘24시간 번쩍번쩍 때 묻히지 말라.’

안거 마치는 날 오후가 되면 도량은 유난히 적적하다. 선방문을 열어보면 큰 방이 텅텅비어 아무도 없다. 아! 본래 이 모습이었구나. 원래 한 물건도 없었지! 저녁공양 마치고 뒷산에 올라가면 정월 보름달이 지금 막 떠오르고 있다.

아! 선방대중들이 한 철 잘 살고 저 달을 걸망에 넣고 갔구나! 오늘 저녁 걸망을 푸는 곳에서 하늘을 봐라. 둥실 보름달이 떠 있거든 그 달은 필시 본인 걸망에서 나온 닦고 닦은 잡티 없는 자기 주인공일 것이다. 아! 반갑다. 다 –알 봐라!

고불미생전(古佛未生前)

응연일상원(凝然一相圓)

석가유미회(釋迦猶未會)

가섭개능전(迦葉豈能傳)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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