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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기해년 동안거 해제법어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20.02.10 11:23
  • 호수 1524
  • 댓글 0

"안목이 있다면 시비 끊는 대답 내놓아야"

원각 스님.
원각 스님.

마조도일 선사가 몸이 불편하다고 하니 원주스님이 와서 물었습니다.

”화상이시여. 요즈음 법체가 어떠하십니까?”

이에 선사께서 대답했습니다.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 이니라.”

옛 어른들은 병을 앓으면서도 사람 키우는 불사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마조선사는 병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을 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분의 일을 망각하지 않고 공부 인을 제접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면불 월면불’ 문답은 알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동서의 납승(衲僧)과 남북의 선객들이 머리를 맞대고 갖가지 분별 심으로 여러 가지 대꾸를 하였으나 하나같이 어지럽기 그지없습니다.

마조선사의 물음에 대하여 설두중현 선사가 말했습니다.

“일면불 월면불이여! 삼황오제역시하물(三皇五帝亦是何物)고

일면불 월면불이라고 하니 삼황오제가 이 무슨 물건인고?”

송나라 신종(神宗)황제는 ‘일면불 월면불’이 아니라 ‘삼황오제가 이 무슨

물건인고.’ 라는 말에 걸려 “나라를 풍자했다”고 여겼습니다. 알고 보면 ‘오제와 삼황’은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이 모두 없어진 향상(向上)의 경지인 것입니다. 삼황과 오제에 대한 최고의 찬탄인 것입니다. 안목이 없는 것은 그 원주스님이나 신종임금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천하 사람들의 시비를 끊을만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진각혜심 국사의 제자인 각운(覺雲)선사는 “월면보광불(月面普光佛)은 세상에 머무시는 수명이 하루 낮 하루 밤이요, 일면무비존불(日面無比尊佛)은 세상에 머무시는 수명이 일만 일천 겁이다. 마조선사는 지난날에는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려고 했으므로 일면불과 같고, 지금 돌아갈 길이 너무도 긴박하므로 월면불과 같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대중에게 다시 물었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 질문에도 휘둘리지 말고 내 살림살이를 단박에 내놓을 수 있어야 결제를 제대로 한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해제를 제대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그 옛날 마조회상(馬祖會上)이 오늘의 총림이 될 것이요 오늘의 총림이 그 옛날 마조회상이 될 것입니다.

일면과 월면 두 부처님은 마치 별똥이 튀고 번개가 번득이는 것 같아서 생각이 나 말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한 말씀 한 구절을 쥐고서 깨달아 들어갈 곳을 찾으려는 것은 멀쩡한 살을 깎아 부스럼을 만드는 일입니다. 비단이 재단용 가위를 만난 것처럼 금이 망치를 만난 것처럼 일도양단(一刀兩斷)할 때까지 정진합시다.

금오탁파유리각(金烏啄破琉璃殼)하고,

옥토애개벽해문(玉兎挨開碧海門)이로다.

금 까마귀는 유리구슬을 쪼아 부수고,

옥토끼는 푸른 바다의 문을 밀쳐 여는구나.

기해년 동안거 해제 일에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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