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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10년간 추적해서 갈무리한 백봉의 인간적 삶‧수행자적 가르침

  • 불서
  • 입력 2020.02.11 10:55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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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 / 최운초 지음 / 가을여행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

“그는 옴도 없고 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 그의 오고 감은 무엇인가? 그는 태산이 눈을 부릅뜨고 오고 녹수가 귀를 가리고 감이라고 노래했다. 그렇게 오고 가는 것이라면 거기 토를 달 그 무엇이 없다. 그러나 그는 마음 밖에 법이 없음 또한 가르쳤다. 오고 감은 거짓이지만 참인 거짓이라고, 또 거짓인 참이라고 외쳤다. 거짓인 참이기에 그가 온 뜻을 생각했다. 한 조각 구름, 한 포기 풀도 뜻이 있지 않은가? 그에게는 무슨 뜻이 있었을까?”

보림선원을 열어 대학생과 수좌 등 수행에 뜻을 둔 이들을 지도하고, 새말귀 법문으로 선풍을 진작시켰던 백봉 김기추 거사 이야기다. 스물아홉에 백봉 거사를 만나 직접 사사받은 최운초가 지난 10년 동안 그의 삶을 추적했고, 그렇게 알게 된 사실들을 그대로 기록했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는 저자가 10년 동안 추적한 끝에 갈무리한 백봉의 삶과 가르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사물의 윤곽을 파악하듯이 백봉거사의 행적을 하나씩 파악해 나갔다. 300시간이 넘는 설법을 몇 번씩 되풀이해 들으며 그의 설법에 들어있는 행적을 모았고, 100명이 넘은 제자와 가족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알고 있는 백봉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리고 백봉의 삶을 이해하는데 단서가 되는 장소와 기록을 직접 찾아가는 등 8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그동안 파악한 백봉의 삶을 퍼즐 조각을 맞추듯 정리하는데 다시 2년이 걸렸다. 

백봉이 한의원의 큰아들로 태어난 것을 시작으로 개인 가정사, 성장기 과정, 불교를 만나 수행 정진했던 과정, 그리고 자신의 깨달음을 후학들에게 전하고 입적하기까지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결코 스승을 미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승이 남의 책을 베꼈다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공개하고, 그의 전생이야기나 생전에 보였던 신기한 일들은 드러내지 않았다. 객관적 증거에 근거한 사실의 기록이어야 한다는 이유였고, ‘불법은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서 사실대로 행하는 것’이라고 했던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제자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백봉 김기추 거사는 출·재가를 막론하고 아낌없이 법을 나눴다. 1969년 12월 신도안에서 대전고 불교학생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정진법회 후 기념촬영 모습.
백봉 김기추 거사는 출·재가를 막론하고 아낌없이 법을 나눴다. 1969년 12월 신도안에서 대전고 불교학생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정진법회 후 기념촬영 모습.

그렇게 탄생한 책은 민중을 사랑했던 한 사회운동가의 이야기이자, 아집과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대중들이 미망에서 벗어나도록 실상을 알리기 위해 헌신했던 한 선각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책은 자기성찰과 통찰의 기회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가하면 전통적인 간화선 공부와 이 시대 수행법으로 백봉이 개발한 새말귀 공부의 지침서이기도 한 책은 새롭게 마음공부를 시작하려는 이들을 새말귀 수행법으로 인도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의 오랜 노력 덕분에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백봉의 불교 외적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한편, 대중들이 바른 지견을 갖도록 치열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그의 자비심에 공감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시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2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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