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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과 선학원, 왜 한뿌리인가] 4. 승려법·분원관리규정 변화

  • 특별기획
  • 입력 2020.02.11 11:11
  • 수정 2020.02.12 13:58
  • 호수 1524
  • 댓글 7

밀실행정으로 내부규정 제개정…재산 등록 스님들 되레 옭아매

이사회,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게도 내부 규정 공개 안해
조계종과 합의 깨진 2013년 이후부터 본격 탈종단화 수순
소속 스님 징계조항 대폭 늘어도 성범죄자 이사장은 건재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이 문 닫힌 선학원 앞에서 여직원 성폭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법진 이사장의 참회와 선학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이 문 닫힌 선학원 앞에서 여직원 성폭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법진 이사장의 참회와 선학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재단법인 선학원의 ‘승려관리규정’과 ‘분원관리규정’은 창건주와 분원장을 포함한 선학원 소속 스님, 분원에 대한 조항을 담은 내부지침이다. 창건주 자격 박탈 및 정지, 분원장 해임, 멸빈과 제적 등 구체적인 징계 항목도 담겨있지만, 정작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규정 자체는 물론이고 제개정을 결의한 이사회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근래 선학원 관련 각종 소송과정에서 단편적으로나마 드러난 ‘승려관리규정’ ‘분원관리규정’을 토대로, 선학원의 탈종단화 현상과 소속 분원 및 스님들에 대한 관리시스템 변화 흐름을 짚어 본다. 편집자

 

“내가 선학원 이사회에서 일을 한 30년 세월 동안, 이사회가 창건주 자격을 박탈한다거나 스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적이 없었어. 스님들이 기증한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이사회가 본인들 마음대로 몰래 규정을 바꾸고 만들어서, 되레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을 옭아매려 하니 말도 안되는 일이지. 내가 문제삼았더니 얼마 전 법진 이사장이 내 상좌에게 창건주 자격 운운하며 반협박을 했나 보더라고.”

세납 여든을 넘긴 창건주 A스님의 탄식이 깊었다. A스님은 선학원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71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30여년 간 선학원에서 감사와 이사 소임을 맡았다. 스님은 “과거의 선학원과 지금 선학원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어진 형국”이라고 말했다. 창건주 박탈과 자격정지, 분원장 해임 조항으로 수두룩한 규정을, 이사회가 공식적인 논의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만들고 고시조차 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스님에 따르면 과거의 선학원은 이사회의 권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고, 승려관리규정이나 분원관리규정의 존재감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A스님의 지적은 선학원 내부규정의 변화에서 확인된다. 소속 분원 스님들을 옭아매는 악법(惡法)으로 지적되고 있는 ‘분원관리규정’의 2001년 제정본과 2019년 제정본을 비교하면 그 온도차가 명확하다. 

2019년 1월 제정본은 본지가 확보한 ‘분원관리규정’ 가운데 가장 최근 자료다. 선학원 법진 이사장이 2018년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선학원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이 ‘이사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이사회 의결사항임에도 소속 스님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내부규정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자체도 놀라웠지만, ‘제9조(창건주의 권한 정지)’ ‘제17조(분원장 해임)’ 등에 명시된 내용은 선학원 소속 스님뿐 아니라 불교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창건주의 권한정지’ 조항은 분원 등록시 분원·창건주·분원장 명의의 ‘모든 재산’에 대한 증여를 강제하며 이후 취득한 재산까지도 재단에 증여하지 않은 경우, 증여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창건주 권한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른 종단이나 법인에 이중으로 등록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분원장은 ‘당연히’ 해임되고 이사회 결의로 사고사찰이 되어 이사장이 재산관리인을 임명, 재단이 관리하게 된다.

특히 이 규정은 불이행 시 창건주 권한 정지, 분원장 해임, 사고 사찰 지정 등 사실상의 중징계 조치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법률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재단법인이라면 있을 수 없는 조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분원등록시 재단 명의로 등기를 마친 재산과 등록 후 취득재산은 엄연히 별개이며 후자에 대한 처분권은 해당 스님의 권리”라며 “이 규정은 분원을 등록한 스님의 재산 일체를 강요하는 동시에, 스님의 재산권 처분에 관한 자유과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사찰의 물적 기반에 대한 중대한 간섭이자 침해”라고 지적했다. 

해당 규정이 전체 분원과 분원의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임에도, 이에 대한 공의를 모으는 절차는커녕 규정을 공지하는 등의 고시도 없어 심각한 절차상 문제로 지적됐다. 선학원미래포럼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학원은 재단법인이기에 재단법인의 한계를 넘어선 강제 규정은 명백하게 불법”이라며 “더욱이 현이사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누가 선학원을 믿고 재산을 증여할 수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분원장 해임에 관해 규정한 조항도 대폭 변경됐다. 2001년 제정본에서 해당 조항은 △부당한 운영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선고 △정상적 운영이 힘든 경우 △민형사 소송과 관련된 경우 △정관 및 내부규정 위배 등 5개에 불과한 반면, 2019년에는 무려 18개 항목으로 추가됐다. 

특히 △재단 이외의 종단 종무직이나 창건주·주지 등 직책을 맡은 자 △재단 고유이념과 설립목적을 훼손할 목적을 가진 반불교단체 혹은 종단에 가입하거나 도당을 형성하는 자 △재단의 인사·행정명령과 지시를 거부하고 재단 대표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자 △재단 등록 후 취득한 재산을 재단에 등록하지 않은 창건주 및 운영권자 △근거 없는 소문을 남발해 재단 임원과 분원장의 위신을 모독 손상하고 승가의 품위를 실추시키는 자 등의 조항이 눈길을 끈다. 

이 경우 이사회가 감사의 조사를 지시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분원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추행범 이사장 퇴진’을 비롯해 선학원 정상화에 목소리를 내는 일부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을 겨냥한 악의적 규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세부규정을 만든 이사회는 정작 성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법진 이사장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징계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분원관리규정’이 애초 목적인 분원 운영 및 관리보다, 소속 스님들을 압박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해 독선적 운영을 뒷받침하는 독소조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학원 분원관리규정은 이미 2013년부터 소속 스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탈종단화를 본격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2013년은 법인관리법 제정 으로 조계종과 선학원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시기로, 2002년 양측 합의에 따라 정관에 삽입된 ‘조계종’ 명칭이 모두 삭제된 것도 이 무렵이다. 

선학원 이사회는 2013년 11월29일 분원관리규정을 새롭게 제정하고 △재단 이외의 종단 또는 법인·단체에 이중등록하거나 재단 이외의 종단 종무직이나 창건주, 주지 등의 직책을 맡은 경우 창권주 권한이 상실됨을 원칙으로 한다(창건주 권한 위임도 불가) △창건주는 재단에서 인정하는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선학원 소속 스님들의 상당수가 조계종 승적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이와 함께 △분담금 납부 의무△재단이 진행하는 회의 및 교육·연수 의무 △분원 설치시 정관 및 제규정 준수 서약 등을 징계조항과 함께 명문화했다. 이전의 분원관리규정에서도 탈종단화 흐름은 꾸준히 드러났지만 조계종이 법인법을 제정한 2013년 이후, 창권주 권한 등을 빌미로 소속 스님들을 본격적으로 옭아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2010년 1월25일 제정본은 본지가 확보한 자료 중 가장 오래된 분원관리규정이다.(부칙에 따르면 1994년 10월 처음 제정된 이후 1996년, 2001년, 2009년 제개정 과정을 거쳤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해당 자료는 ‘제3조 분원장(주지) 자격’에서 “분원장은 반드시 재단 소속 승려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인 분원장만 정관 제5조의 임원으로 선출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2002년 양측 합의로 선학원이 정관에 ‘조계종 종지를 봉대하며’ 등 종단과의 관계를 명시하는 조항을 넣기로 합의했던 흔적으로 보인다. 실제 합의가 파기된 이후인 2013년에 이어 2014년 제정본에서는 완전히 삭제됐다.

분원관리규정 변천사를 통해 선학원이 스님들에 대한 관리를 어떤 방식으로 해왔는지 알 수 있다면, 승려관리규정은 선학원의 탈종단화가 심화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승려관리규정 역시 언제 처음 제정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승려관리규정 2001년 제정본의 ‘경과규정’에 따르면 “1995년 11월 이사회 결의에 의거해 이전 재단 소속 분원장은 승려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승려관리규정이 이때 처음 제정됐거나 승려 자격에 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추정된다.

1995년 제정본에 따르면 승려의 자격은 “재단이 실시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구족계 또는 법사품계를 수지한 자”와 “기성종단의 승려 중 재단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자격이 인정된 자”다. 당시 선학원은 이미 조계종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수계를 하는 등 소속 스님을 별도 관리하고 있었으며, 이 역시 1978년 당시 이사장 범행 스님이 정관에서 조계종 명칭을 모두 삭제한 이후 시작된 선학원 탈종단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후 ‘승려관리규정’은 ‘승려법’으로 명칭을 바꾼다. 2001년 6월 제정본에서는 ‘제5조 수계’ 항목 등이 구체화됐다. ‘본 재단에서 지정한 단일계단에서 사미·사미니를 품수한다’ ‘단일계단에 관한 사항은 계단법으로 정한다’ ‘반드시 재단이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기본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등의 조항에서 재단이 조계종과 별도의 출가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내용과 방식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제21조 징계’ 조항에는 “멸빈(승적을 박탈하고 승려증 등 승려신분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회수하고 복직 또는 재득도할 수 없다)”이 추가되는 등 수위가 대폭 강화된 것도 눈길을 끈다. 

2002년 조계종과 선학원간의 극적 합의 이후 2013년 합의가 파기되기 전까지 10년 동안 해당 규정의 변화과정은 확인이 어렵다. 다만 2014년 5월 제정된 승려법에 선학원의 탈종단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승려법에 따르면 △기성 종단의 승적을 가진 재단 소속 분원의 창건주 및 분원장의 도제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재단 승적을 취득할 수 있으며 △기성종단 승려가 승려증 발급을 원할 경우 종단의 승려증 사본과 재단 승적증명서 제출해야 한다. 재단이 실시하는 승려분한 신고도 의무화했다. 2016년에는 재단 소속 분원의 창건주 권한 승계시 조계종 제적증명원을 제출토록 하는 등 조계종 승적포기를 사실상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내부규정들은 선학원이 재단법인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음에도, 정작 내부적으로는 스님들을 승적체계로 관리하는 등 종단을 표방하고 있으며 징계 및 의무조항을 통해 사단법인적 성격을 함께 가진 비정상적인 구조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불교계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재단법인은 출연된 재산 관리를 위한 법인이기 때문에, 스님들에 대한 관리방침을 명시한 선학원의 내부규정만 보면 사실 사단법인이나 종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심지어 선학원 이사회가 성범죄를 저지른 법진 이사장에 대해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살펴보면 규정보다 이사회의 결의가 더 큰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는 곧 재단법인의 특성을 악용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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