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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승가의 예법

부처님 법대로 사는 자체가 교화다

수행자의 사소한 것일지라도 
함부로 행동하면 사람들 실망
불교 전체 곱지 않게 바라 봐
출가자들 수행은 감화의 창

교화에는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이 있다. 붓다가 무상정등각을 성취한 뒤, 중생교화의 자비행을 실천하는 것은 내적인 부분이다. 이는 붓다와 각 개인의 만남이라는 사건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든 교화가 이렇게 붓다와 개인의 일대일 만남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조직, 즉 승가의 모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화가 있다. 붓다는 상식 있는 일반인들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경전 및 율장의 내용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다. 

붓다 제자들의 모임이 일반인들에게 비판을 받게 되면 교화의 효과는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승가가 찬탄을 받게 되면 교화의 효과는 배가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붓다는 제자들이 일정한 규모 이상이 되었을 때, 승가 내의 예법 등을 규정하게 된다. 예법 또한 계율에 속한다. 계는 출가와 재가를 불문하고 적용되는 윤리적 가르침이고 율은 승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제정된 규범이다. 붓다는 기본적으로 ‘수범수제(隨犯隨制)’, 즉 ‘악행을 저지르는 자가 나타날 때마다 그 악행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계율을 제정해 갔다. 이 또한 붓다의 교화방식이다. 미리 예상해 놓고 계율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할 때 그 사건이 갖는 문제점을 공유하고 충분히 인식시킨 뒤에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계율을 제정한 것이다. 

붓다는 무상정등각 이후 불과 수개월 만에 1250인이 넘는 제자를 받아들이게 된다. 우루웰라 까삿빠를 비롯한 1000명,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를 따르던 250인이 그들이다. 이렇듯 대규모 수행승들이 한자리에서 수행하다 보니 다양한 문제점들이 표출 되었다. 

‘율장’의 내용을 보면 위의(威儀)를 갖추지 못하고 소리 내며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어찌 수행자 싸끼야의 아들들이 하의를 잘못 입고 상의를 잘못 걸치고 위의를 갖추지 못하고 탁발을 할 수 있단 말인가?…<중략>…스스로 카레와 밥을 요구하여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바라문들이 바라문들의 식사를 할 때와 같이 높은 소리를 내고 큰 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Vin.I, p.44)

상식 있는 사람들의 비난뿐만 아니라 승단 내부에서도 역시 같은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를 들은 붓다는 비구 수행자들을 불러 이를 확인하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비구들이여, 그것[그러한 행위]은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청정한 믿음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를 더욱더 청정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비구들이여, 그것은 오히려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불신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 가운데 어떤 자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다.”(Vin.I, p.44)

출가 수행자가 사소한 것일지라도 행동을 절제하지 못하여 함부로 행동하고 말하면 그를 본 사람들은 실망하고 불교 전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즉 불교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게 되어 불교를 비난하게 되거나 관심을 가지려고 하다가도 돌아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붓다는 바로 이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붓다는 친교사(upajjhāya, 和尙, 戒師)제도를 마련하게 된다. 이를 통해 승단 내에 스승과 제자의 제도를 공식화한 것이다. 붓다가 모든 수행자들을 일일이 지도할 수 없기에, 아직 미숙한 출가자가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스승을 두게 한 것이다. 스승은 제자를 훌륭한 출가 수행자로 교육시켜야 하며 제자는 스승을 부모님 모시듯 정성을 다해 모시고 가르침을 충실히 배워야 한다. 이 둘은 부모와 지식의 관계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차적으로는 승가의 질서를 잡고 이차적으로는 일반 사람들이 붓다의 제자들은 ‘역시 다르구나’라는 인상을 받게 하여 정서적 감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출가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교화의 훌륭한 한 방법임을 붓다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계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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