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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율과 집착-하

기자명 정원 스님

“스님에게 술과 고기 권하면 큰 과보 받습니다”

계율 지키려는 스님들 보면
파계 강권해왔던 것이 현실
큰 성과 이룬 예전 스님들
대부분 선·교·율 모두 밝아

출가자가 상세한 계목을 익히고, 자신의 일상에서 소소한 계율까지 세심하게 지켜나가는 것을 보면 격려를 보내주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합니다. “비록 나의 여건은 그렇게 못하지만 당신은 계율을 실천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니 기쁩니다”라는 수희찬탄의 마음을 내면 상대방의 지계공덕이 나에게도 오겠지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 수행자가 계행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호해줘야 합니다.

재가불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님께 술이나 고기를 건네면서 “몸도 있어야 수행을 하지요” 혹은 “대중을 위해서 드세요”라는 등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볍게 던진 한 마디가 무량공덕이 아닌 무거운 과보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 오계나 팔관재계를 지키려고 술이나 육식을 하지 않는다면 수희찬탄하고 보호해줘야 합니다. 누군가 그에게 술을 강권하면 옆자리에서 대신 받아 마셔주시기 바랍니다. 채식을 하는 이가 있다면 야채 듬뿍 든 음식 하나 더 주문 해주시든지 여의치 않으면 내 앞에 놓인 야채 접시 은근슬쩍 밀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이를 보면 ‘유별나게 군다. 집착하지 마라. 너만 청정하냐’ 등의 반응을 하여 상대방을 위축시키고 계행을 깨뜨리게 무의식적 강권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불자로써 이런 말을 하면 나쁜 구업을 짓는 것이며, 상대방의 청정계행을 무너뜨리면 중죄의 과보를 받게 됩니다. 오계와 팔관재계를 받은 불자들은 당당한 기개로 나는 수계했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렇게 소소하게 실행하고 선법을 찬탄하는 작은 노력들이 시작되면 맑은 시냇물이 모여 주변의 초목을 윤택하게 하듯 가정과 이웃에게 좋은 기운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계율을 너무 강조하면 깨달음을 얻는 대자유인이 나오기 어렵다. 법이 흥성하는 것은 율종의 대스승이 출현해서가 아니고 진정 깨달음을 이룬 스승이 출현해서 창대해진 것이다’라는 말씀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역사에 출현했던 대스승 가운데 특정 종파나 수행법을 집착하고 거기에만 매몰된 분은 없습니다. 그랬다면 결코 위대한 스승이 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분들은 하나같이 청정한 계행을 기본으로 선정과 지혜를 모두 구족하셨습니다. 위대한 스승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지 어느 종파에 소속되어 있어서 탄생하거나 탄생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한 가지 분야만 깊이 들어가기에도 한 생이 부족하니 율사, 선사, 강사라는 구분이 생겼지만 큰 성과를 이룬 스승들은 선사이면서 강사이면서 동시에 율사였습니다.

도선 스님은 율사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현장 스님의 역경장에 여러 차례 참석하였고, 90일 동안 눕지도 자지도 않는 반주삼매 수행을 평생 스무 번 이상했을(약 7년의 기간) 정도로 지관수행도 뛰어난 분이어서 천인의 공양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명말의 영봉 우익지욱대사는 선과 천태, 화엄, 유식 및 정토 등을 융통한 분이지만 율장을 두루 열람하고 주석서를 썼으며 지계청정을 엄정하게 실천한 율사이기도 합니다. 근현대 선지식이신 효봉 스님, 자운 스님, 일타 스님뿐 아니라 최근에 입적하신 법정 스님, 보성 스님 등 한국불교의 선지식이셨던 어른스님들의 행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율법을 권력으로 삼으려한다’고 하셨는데 말씀하신 율법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부처님의 율법을 권력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율법이라는 명칭과 껍질을 빌려와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편으로 삼는 자일 것입니다. 그런 이들을 올바로 분별해 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율에 대해서 바르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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