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김배옥의 ‘무중력 세상’ 
73. 김배옥의 ‘무중력 세상’ 
  • 신현득
  • 승인 2020.02.11 15:24
  • 호수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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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세상에서 자기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상상을 표현한 동심

책꽃이 책들이 흩어져 떠돌아
좋아하는 책을 읽기가 어렵고
보물 상자가 쏟아질 걱정해도
물건 묶어둔 무중력 세상 상상

아동문학에 거인국, 소인국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동문학의 주독자인 어린이들이 이상한 것, 별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눈이 여러 개 있거나, 머리가 여럿인 괴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어린이들 심리이다. 지구를 떠나, 지구의 인력이 닿지 않는 곳에 이르면 물건들이 허공에 둥둥 뜬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히 별나고 이상한 세계이다. 어린이들의 상상의 세계와도 같다. 

어린이들은 우주여행 이야기를 읽거나, 과학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력이 없는 세상에 가서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무중력 세상을 두고, 상상해본 동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자.  

 

무중력 세상 / 김배옥

중력 없는 세상에 산다면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을까요?
 
아니예요. 
무중력 때문에 
힘들 거예요. 

책꽂이에. 
내가 좋아하는 책.

어디론가 
떠돌아다녀
읽을 수 없겠죠.

내 동생 보물 상자
뚜껑이 열려,

생일 카드 
종이비행기
초콜릿.

여기저기
날아다니겠죠.

심심하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한 번 
거기서
살아보고 싶어요.

동시집 ‘할머니의 손자꽃’(2020)

 

무중력 세상을 가정해본 시이다. ‘중력이 없는 세상에 산다면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상상을 했다. 날아다니는 것은 동심의 꿈이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고 생각을 했다. 즐거운 세상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밖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책꽂이의 책이 죄다 흩어져 떠돌아다닐 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만 꽂아 놓았는데, 이들이 흩어지면 책읽기가 어려워진다. 책을 못 읽게 되면 큰일이다. 내 동생 보물상자가 열려서 상자 안에 넣어 둔 것이 모두 나와서 날아다닌다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생일 카드, 종이비행기, 초콜릿 등이다. 그렇게 되면 동생이 울면서 이들 보물을 붙잡아 상자에 넣느라 아우성을 칠 것 같다.         

그뿐 아니다. 온 세상 온갖 물건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허공에 떠다닐 것이다. 그걸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걱정이다. 그래도 화자 어린이는, 무중력 세상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단다. 이 생각 뒤에는 무중력에도 흩어지지 않게 책을 꼭꼭 묶어두겠다는 생각, 모든 물건이 서로 떨어지지 않게 얽어매어 두겠다는 생각을 숨겨 두고 있다. 온 세상 모두에게 그렇게 권하겠다는 생각까지. 

시의 작자 김배옥(金培玉) 시인은 천안 출신으로, 신사임당 백일장에 입상(1984) 이후, 가정생활을 하면서 시를 창작해 왔다. ‘아동문예’ 신인문학상(2018)을 수상하였고, 동시집 ‘할머니의 손자꽃’을 출간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24호 / 2020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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