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이미 출가했으니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서는 안 된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북주 고승인 도안 스님이 후학들에게 남긴 가르침이다. 비록 누추한 승복을 입고 있더라도 행동하나, 말씨 하나 함부로 하지 말고, 거친 음식이라도 불평하지 말고, 오래도록 홀로 방을 쓰더라도 존귀한 분이 임해 있는 곳 같이 여기라는 당부와 함께 다음 한 마디를 전했다. “이름조차 험한 샘물은 마시지 말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2년 11월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불교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60.8%가 ‘신뢰한다’고 답했고, 23.4%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60.8%의 신뢰성을 놓고 ‘높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낮다’고 논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후자 어디에 무게를 두던 가장 신뢰 받는 종교는 ‘가톨릭’이었다는 사실은 유념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 높은 ‘종교 신뢰도’를 얻는 해법은 무엇일까? 국민들은 도덕성(32.1%)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 다음이 청렴성(14.2%), 공정성(13.8%), 언행일치(12.6%)였다.
긴 시간에 걸쳐 쌓아 놓은 종교계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때가 있다. 불교계에서는 ‘범계행위’가 대표적이다. 재난이나 경제침체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을 때 사건이 불거지면 신뢰도 붕괴는 가속화된다. ‘의혹’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받아왔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최근 일부 본사에서 일어난 범계행위에 대해 교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정계율과 청빈을 생명으로 삼는 불교계로서는 파승가적 행위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이 담화문을 발표하며 강력 대응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의지의 표명이다.
불보살님이 모셔져 있는 도량은 배고픔과 추위를 견뎌내며 정진의 고삐를 당겼던 역대 선지식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다. 불자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 누구보다 성스러운 공간을 목숨 걸고 지켜야할 스님들이 도리어 능멸했다고 한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담화문에서 짚었듯이 “출가수행자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니다. 종단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엄단이 뒤따라야 한다.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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