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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이 알아야 할 것

기자명 우봉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0.02.17 11:19
  • 수정 2020.02.17 14:08
  • 호수 1525
  • 댓글 0

흔히 일반인들이 ‘대한불교조계종’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관념 중 하나가 ‘땅부자’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조계종이 소유한 토지가 국토의 1%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이는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지 1700여년 동안 민족의 정신문화로 자리매김해 왔고, 국토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탓도 있다.

여말선초 도선 스님은 나라의 국토정책을 설계하였고, 그 이론은 조선에서도 적용되었다. 또 조선초 무학 스님은 한양천도와 도시설계를 담당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많은 스님들이 당시 풍수의 대가로 국가와 개인의 토지계획에 일익을 담당했음은 역사기록에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현대에는 풍수지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지만 고대에는 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바람과 물의 변화와 영향을 살피는 일종의 지리학이 ‘풍수’라는 개념이다. 당시로서는 바람과 물을 살피는 것이 첨단의 지식이었고, 1000년 이상 풍수지리는 중요한 이론을 자리매김해 왔다. 현대에는 토목건축 기술의 발전과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해 중요 변수가 달라졌다. 도로, 철도, 항만,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과 상권, 학군, 정부규제, 거래가치 등이 바람과 물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이 되고 있다. 

옛 스님들이 부처님 가르침과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이는 풍수를 공부한 것은 사찰의 건립 유지와 불법홍포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땅에 대한 공부는 불교를 유지발전 시키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과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풍수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오늘날의 풍수는 단순히 바람과 물의 변화뿐 아니라 지리학이나 도시공학, 국토개발계획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하여 혼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적어도 사찰주지로서 재산관리를 하려면 등기부등본, 토지건축물대장 지적도, 토지이용계획 확인원 등의 정보는 혼자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종단차원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토지정책을 제안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정도의 전문가집단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사찰의 기본재산이 부동산과 문화재라면 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를 갖추지 못하는 것은 음식점을 소유한 사람이 음식을 모르고, 옷가게를 소유한 사람이 옷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 많은 스님들이 사기꾼들에게 속아 많은 삼보정재를 잃게 된 것도 스님들 스스로 사찰재산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찰을 창건할 때 건축허가가 어려운 토지임에도 경치 좋은 명당이라며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지역의 개발계획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사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또 도시에서 용도지역을 정확히 살피지 않고 종교시설이 불가한 주택을 매입하고는 규제와 민원으로 고생하는 스님들도 적지 않다. 

종단 차원에서도 정부의 토지정책과 관련 법규에 대해 알지 못해 피해를 당한 사례도 많았다. 1950년대는 토지개혁으로 수많은 사찰의 전답이 사라졌고, 60년대 이후 강제수용으로 소실된 토지도 많았다. 강남 삼성동 일대의 봉은사 토지가 강제매입된 것은 지금도 아쉬운 일이다. 모든 것이 정부정책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다 생긴 일이다. 

이제는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토지정책을 정확히 살피고 이에 따른 대책을 빠르게 수립할 수 있는 연구와 인재양성이 절실하다. 신도시 개발에 따라 종교용지를 확보하고, 포교전략을 수립해야 미래불교가 가능해지듯, 토지정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불교계가 국립공원과 도시공원, 전통사찰, 개발제한 등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불교계와 무관하게 토지정책을 입안한 것에서 기인한다.

갈등이 빚어지기 전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종단이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최근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공원정책과 각종 구역 조정안을 수립하고 있다. 종단과 사찰 주지스님들이 정부의 토지정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우봉 스님 서울 호압사 주지 wooborn@hanmail.net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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