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와 명상
코로나바이러스와 명상
  • 심원 스님
  • 승인 2020.02.17 11:20
  • 호수 15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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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COVID-19’라는 이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우리 일상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되고, 이로 인해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민심은 흉흉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현상은 사람들 사이에 번져가는 막연한 공포심이다. 공포와 두려움은 전염병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다. 점점 더 불안해진다. 이런 때 종교가 종교답게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천재지변이든 역병이든 인류 역사에 크고 작은 재앙은 늘 있어왔다. 최선을 다해 대비를 해야겠지만 불가항력으로 이미 사태가 벌어졌다면?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이다. 

불교는 ‘지혜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수행이라 한다. 그런 수행 중 대표적인 것이 근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명상이다. 

명상(冥想)이란 말은 예로부터 사용해온 한자어도 아니고 우리말도 아니다. ‘meditation’이라는 영어를 일본에서 번역하여 만든 조어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것이다. 어원이야 어떻든 현재 명상은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 혹은 ‘마음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가리키며, 나아가 그 결과 심신이 정화되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상이라고 하면 우선 요가나 불교의 명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넓게 살펴보면 많은 종교들이 전문적인 수행 방법으로 명상을 채택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대교 신비주의 카발라(kabbalah) 명상법, 기독교의 수사들의 관상기도법, 이슬람교 수피들의 디크르(dhikr), 중국 도교의 좌망(坐忘)‧단학(丹學) 등이 모두 종교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명상법이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명상 열풍은 서구에서 역수입된 사회‧문화 현상 중 하나다. 서구사회, 특히 미국에 명상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 뉴에이지(New Age) 운동이 일어났을 때부터다. 이 운동을 주도한 진보적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서구문명의 폐단을 치유할 대안으로 주목한 것이 바로 동양사상과 명상이었다. 그후 동양의 명상을 서구 문화에 맞게 재해석하고 응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존 카밧진의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다. 숭산 스님으로부터 선을 지도받기도 한 존 카밧진은 1979년에 불교 명상법인 위빠사나에 기반하면서도 종교성을 배제한 심리치료법으로 MBSR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MBSR은 미국 전역의 수백 개 대학병원과 개인클리닉에서 환자치료에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병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명상 전도사라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오프라 윈프리, 존 레넌, 마이클 조던 같은 영향력 있는 저명인사들이 명상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들의 명상 경험담이 세인들로 하여금 명상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을 갖게 한 것이다. 산업계에도 명상이 도입되어 구글을 대표로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인텔, 트위터 등과 같은 세계적 IT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명상을 장려하고 교육하며 또 명상의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명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명상 강좌가 개설되고, 전문가들 지도하에 실참 명상이 진행되며, 여기저기서 명상센터가 설립되고 있다. 그리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명상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설령 지금과 같은 명상열풍이 불교계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불교계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여하한 이름의 명상이라 하더라도 근본은 불교의 수행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명상의 기본이 되는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은 사맛디와 위빠사나, 혹은 지(止)와 관(觀)의 다른 표현이고 간화선은 이 둘을 총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교수행은 ‘괴로움을 넘어 안락한 세계로 가고자 하는[離苦得樂]’ 개인적인 바람과 더불어 ‘고통받는 이들을 구제하여 그들에게 복락을 누리도록 해주는[拔苦與樂]’ 사회적 실천에 목적을 두고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불교는 명상이라는 마음수행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이 발고여락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전 강사 chsimwon@daum.net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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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 2020-02-24 12:28:01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정확한 수치로 매일 보도되는데 막연한 불안감이라니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정부의 필요한 조치와 신속한 행동력일 것입니다, 물론 바이러스 종식, 확진자의 완치가 우선일 것이구요.
하시는 말씀대로면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가 다 없어져도, 갑자기 재난으로 집이 다 쓸려가도, 눈앞에 괴한을 만나 불안할 때에도 명상이면 모두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대의적 측면에서의 발고여락이 세속적 측몀에서 발고여락과 과연 같을까요.
종교인은 항상 말합니다. 문제 상황에서 무언가 해답을 제시해야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침묵을 유지한채 그냥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더 좋을때도 있습니다.